KPGA 상금 275억으로 늘어
국내서 활동해도 생활 안정적
국내서 활동해도 생활 안정적

애리조나·플로리다·네브래스카·오클라호마에서 각각 지난 8일부터 시작된 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 1차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최승빈과 정찬민뿐이다. 오는 15일과 22일 각각 막을 올리는 또 다른 1차전에 나서는 김백준과 유현준을 포함해도 4명밖에 되지 않는다.
PGA 투어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첫 시기는 2019년이다. 콘페리 투어를 거쳐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진출해 맹활약을 펼친 임성재에게 자극받은 선수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자가격리 등으로 인해 많은 선수가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대부분 사라졌던 2022년에는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선수가 PGA 투어 도전에 나섰다. 프리 퀄리파잉까지 포함해 40명을 훌쩍 넘겨 선수들이 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20명 이하로 줄었던 PGA 투어 도전 선수들을 올해는 더욱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프리 퀄리파잉에 나섰던 이유호, 저스틴 정 등을 포함해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총상금 규모가 커져 한국에서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2년 전 203억원 규모로 진행됐던 KPGA 투어는 올해 275억원으로 총상금이 껑충 뛰었다.
상금 규모로 따지면 KPGA 투어는 PGA 투어·콘페리 투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대다수 한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상금을 챙기기에 KPGA 투어가 더 나은 상황이다.
두 번째는 퀄리파잉 스쿨 경비에만 최소 300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것이다. 프리 퀄리파잉 또는 1차전부터 치러야 하는 한국 선수들은 2차전과 최종전까지 모두 통과해야 미국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는다. 이 기간에 들어가는 퀄리파잉 스쿨 참가비, 항공, 숙박 등을 모두 더하면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경비가 3000만원 넘게 드는 만큼 출전을 고민하는 선수가 많다. 대회 참가비만 5500달러(약 740만원)에 달한다. 또 같은 기간에 열리는 KPGA 투어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선수들이 올해 출전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PGA 투어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줄어들면서 한국은 일본에 아시아 최다 출전권 보유국 타이틀을 뺏길 위기에 처하게 됐다. 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한국 선수는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 안병훈, 이경훈, 김시우까지 총 6명이다. 일본은 마쓰야마 히데키, 히사츠네 료 등 3명밖에 되지 않지만 다음 시즌에는 오니시 가이토, 호시노 리쿠야, 나카지마 게이타 등이 새롭게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PGA 투어 관계자는 "한동안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매년 증가했는데 지난해부터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미국 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많아진 일본의 경우 내년에는 5명이 넘는 선수가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PGA 투어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이 줄어든다면 일본에 최다 출전권 보유국 타이틀을 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