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파3 콘테스트' 행사
류, 짜릿한 파에 기쁨 만끽
욘람 아들도 아이언샷 날려
호블란 등 5명은 홀인원 성공
부상 우즈·우승 간절 매킬로이
이벤트 참가 대신 연습 선택
류, 짜릿한 파에 기쁨 만끽
욘람 아들도 아이언샷 날려
호블란 등 5명은 홀인원 성공
부상 우즈·우승 간절 매킬로이
이벤트 참가 대신 연습 선택

싱글 수준의 골프 실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류준열은 교회를 통해 친분을 쌓은 김주형의 부탁으로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앞서 열리는 '파3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지인이나 가족과 함께 참가하는 '축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 류준열은 세계 최고 골퍼들 사이에서 티샷을 날릴 기회를 잡은 터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처음 티박스에 올라 가볍게 빈스윙을 한 뒤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 류준열은 공을 치려다 갑자기 일어섰다. 급한 마음에 골프 장갑을 끼지 않은 것. 이때 옆에 있던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자신의 장갑을 건네줬다. '셰플러 효과'일까. 류준열이 46도 웨지로 친 공은 물을 건너 섬처럼 된 그린에 안착했다. 거리는 짧지만 갤러리 수만 명이 바라보는 가운데 치는 압박감을 이겨낸 것. 이어 홀까지 10m가량의 내리막 퍼팅. 류준열의 첫 번째 퍼트는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핀에서 약 2m를 지나 그린 프린지에 멈췄다. 공이 홀을 빠르게 지나치자 류준열은 그린에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으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다시 집중해 친 오르막 퍼팅이 홀 안으로 사라진 순간 마치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듯 환호하며 모자를 벗어던지는 등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날 잊지 못할 '마스터스 캐디' 경험을 마친 류준열은 기자들 질문에 말을 아꼈다. 9번홀에서 사용한 클럽에 대해서는 "김주형이 권했다"며 46도 웨지를 들어 보였다. 일반적으로는 피칭 웨지다. 대신 류준열은 소속사를 통해 "김주형의 초대로 마스터스 전통을 경험하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김주형 선수가 내일부터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김주형도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류준열의 티샷 동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우리 형과 같이 좋은 추억을 만들어서 너무 좋았어"라며 '첫 번째 샷에 바로 원온에 파까지 마무리'라고 덧붙였다.
세계 골프대회 중 가장 독특한 사전 행사가 바로 '파3 콘테스트'다. 1960년 시작한 이 행사는 출전 선수들의 가족, 아이, 부모, 지인 등이 함께 참여해 마치 축제처럼 진행된다.
2011년 양용은은 의형제를 맺은 가수 이승철과 호흡을 맞췄고, 최경주는 경매로 캐디를 구한 뒤 그 돈으로 이웃을 돕기도 했다. 2015년에는 배상문의 가방을 배우 배용준이 들기도 했다.
재미있게도 한국 선수들은 3년째 파3 콘테스트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김시우의 아내인 프로골퍼 오지현이 캐디로 참가해 마지막 9번홀에서 홀인원에 가까운 샷을 날린 뒤 버디를 잡아 주목을 받았고, 2022년에는 임성재의 아버지가 대신 티샷을 해 함께 티샷한 프로골퍼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이날 가장 큰 이슈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이벤트 대회지만 그래도 스코어는 집계된다. 하지만 선수들은 결과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파3 콘테스트에 가족, 지인, 친구, 친척 등과 참가해 구름 관중이 만들어 내는 열광의 분위기를 함께 나눌 뿐이다.
물론 최고 선수들답게 이날 홀인원 5개가 쏟아졌다. 루크 리스트, 제프 슈트라카, 빅토르 호블란, 게리 우들런드, 루카스 글러버의 티샷이 홀로 사라지며 그린을 둘러싼 갤러리 수 만 명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이로써 1960년 파3 콘테스트가 시작된 이래 누적 홀인원 수는 112회로 늘어났다.
또 이날 5언더파로 1위를 차지한 리키 파울러(미국)와 함께 각 홀에서 티샷을 가장 가깝게 붙인 9명의 선수들은 트로피를 받아 기쁨을 더했다. 재미있게도 파3 6번홀에서는 홀인원을 기록한 호블란, 리스트, 우들런드가 공동으로 수상해 이날 무려 12명의 선수가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선수들은 스코어에 집착하지 않는다. 묘한 '파3 콘테스트 징크스' 때문이다. 우승을 차지해도 찜찜한 기분만 더해진다. 역대 파3 콘테스트 우승자 중 본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려 44년간 이어진 이 행사에서 우승한 선수는 그해에 단 한 번도 마스터스 챔피언에 오른 적이 없는 '파3 콘테스트 징크스'에 시달린다.
최근 기록만 봐도 2019년 맷 월리스, 2014년 라이언 무어, 2013년 테드 포터 주니어는 본 대회에서 컷 통과조차 하지 못했고 2016년 지미 워커는 공동 29위, 2015년 케빈 스트릴먼은 공동 12위에 오른 것이 그나마 좋은 성적이었다. 이날 출전한 선수 86명 중 스코어카드를 낸 사람이 단 16명뿐인 이유다.
이번 우승자는 '오렌지 보이' 파울러. 어린 아들과 함께 나온 파울러는 "파3 콘테스트는 빠뜨리고 싶지 않은 이벤트다. 팬으로서, 프로선수로서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참가하면 훨씬 더 좋다"며 '파3 콘테스트 저주'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인해 72홀 완주도 힘든 타이거 우즈(미국)와 간절하게 마스터스 우승을 노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은 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연습에 집중하며 컨디션 조절에 나섰다.
88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첫날 오전에 낙뢰와 비, 그리고 강한 바람이 예보돼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가 예상된다. 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GC는 이날 저녁 공지를 통해 "관람객의 입장 시간도 오전 7시에서 날씨 상황에 따라 연기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속 45마일에 달하는 돌풍에 낙뢰까지 이어진다면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비와 바람, 쌀쌀해진 날씨 모두 우즈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오거스타 조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