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오픈서도 3위 돌풍
X강도 사용하는 유일 女선수
비거리 결정하는 볼 스피드
KLPGA 평균보다 8마일 빨라
“최종 목표는 세계 1위”



남자 프로골퍼들이 주로 사용하는 X강도의 샤프트를 장착해 300야드를 날리는 무서운 여고생이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단독 3위를 차지한 뒤 지난 23일 막을 내린 아시아 태평양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인 퀸시리키트컵 개인·단체전 정상에 오른 오수민이다.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는 여자 골프계의 타이거 우즈(미국)가 되기 위한 자신의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오수민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가 되는 꿈을 10년째 가슴 속에 품고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우즈처럼 골프계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내 이름 앞에 골프를 정말 멋지게 친다는 수식어가 붙을 때까지 골프에 모든 것을 쏟아보겠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오수민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된 2022년이다. 지난해에는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고 KLPGA 투어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 공동 9위 등 아마추어와 프로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가 됐다.
오수민이 2008년생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자 영입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하나금융그룹과 후원 계약을 체결한 그는 10개가 넘는 기업들에게 영입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오수민이 사용하는 클럽의 스펙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드라이버와 3번 우드의 경우 남자 프로골퍼들과 같은 X강도의 사프트를 사용해서다. 현재 KL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는 선수들 중에서 X샤프트를 드라이버에 장착한 경우는 거의 없다. 장타자로 유명한 방신실과 황유민 등도 X가 아닌 S강도의 샤프트를 사용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데이터는 볼 스피드다. 프로 언니들보다 공을 멀리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오수민의 평균 볼 스피드는 148마일이다. 이는 KLPGA 투어 평균인 140마일보다 8마일 빠른 수치로 1마일당 2.5야드를 단순 계산해도 20야드가 더 나간다. 클럽 스피드 역시 KLPGA 투어 선수들의 평균인 90대 초반보다 10마일 이상 더 나오는 100마일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오수민의 클럽을 담당하는 캘러웨이골프 관계자는 “프로 골퍼를 포함해 여자 선수가 X샤프트를 사용하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오수민이 타고난 힘에 공을 맞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가능한 것”이라며 “LPGA 투어 톱랭커들과 비교해도 오수민의 드라이버 샷 데이터는 크게 밀리지 않는다. 매년 모든 면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오수민이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수민이 X샤프트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향성이다. 오수민은 “S샤프트를 사용하면 지금보다 거리가 10야드 이상 더 나간다. 하지만 스윙할 때 샤프트가 크게 휘는 느낌이 있어 X샤프트로 바꿨다”며 “공이 아무리 멀리가도 원하는 곳으로 보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 드라이버 샷감이 좋은 만큼 당분간은 X샤프트를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한 오수민은 한 단계씩 올라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수민의 아버지 오환기씨는 “KLPGA 투어와 LPGA 투어 모두 프로 데뷔 나이 제한이 있는 만큼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트, 그린 주변 어프로치 등 아직 부족한 게 많다. 프로에 데뷔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곧바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대회 위주로 남은 시즌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 오수민이 손꼽아 기다리는 대회가 하나 있다.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매경아마추어선수권대회다. 지난해 우승컵을 품에 안지 못했던 그는 오는 8월 27일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서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오수민은 “지난해 최종일 경기가 기상 악화로 취소돼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올해는 첫날부터 치고나가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며 “고진영, 신지애 등 대선배들과 함께 역대 우승자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리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