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신임 하나은행장
영업력 인정받아 CEO에
트래블로그 대박 경험으로
은행 비이자이익 강화 기대
영업력 인정받아 CEO에
트래블로그 대박 경험으로
은행 비이자이익 강화 기대

이 행장은 은행의 존재 이유는 '손님'이라고 말한다. 손님이 없으면 은행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업무의 모든 과정에서 손님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보여주는 말이다.
이 행장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부터 영업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이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하나만의 손님 중심 영업문화 DNA를 회복하고 리딩뱅크 하나를 위한 위대한 여정에 우리 모두 함께하자"고 말했다. 또 "전 직원이 손님 중심 영업 마인드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손님이 먼저 찾고 손님과 함께 성장하는 하나은행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1981년 한일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11년 뒤 하나은행에 입행했다. 한일은행에서도, 하나은행에서도 영업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는 관리자 직급에 오른 뒤에도 영업 부문 책임자로 주로 일했다. 하나은행 대기업영업본부장,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그룹장을 맡은 데 이어 영업그룹장 부행장까지 지냈다. 이 모든 이력은 지금의 이 행장을 '영업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이 행장의 남다른 영업 마인드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가치관과 닮아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함 회장 역시 고졸 행원으로 은행에 들어가 영업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달성했던 인물이다. '영업 강자' 특유의 친화력은 함 회장과 이 행장의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으로 꼽힌다.
타고난 영업력을 꾸준히 키워온 결과 이 행장은 하나카드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3분기 하나카드의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44.8%였다. 7개 전업 카드사(하나·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의 증가율 평균인 29.7%보다 높은 수치다. 전업 카드사 중 하나카드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고금리로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카드업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는 상품을 띄워 홍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이 행장의 장점 중 하나다. 이 행장은 하나카드 대표 시절 해외여행 특화카드인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흥행시킨 주인공이다.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는 58종 통화에 대해 무료 환전 혜택을 제공하고 해외 이용 수수료와 해외 ATM 출금 수수료를 무료로 적용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22년 7월 출시돼, 출시 2년 만인 지난해 8월 가입자 수 600만명, 누적 환전액 2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카드가 인기를 얻은 이후 여러 은행과 카드사들이 비슷한 혜택을 담은 카드를 잇따라 출시하기 시작했고, 당시 업계에서 이 행장은 여행용 카드계의 선구자로 인식됐다. 향후 행장으로 일하면서도 각 상황에 적절한 상품을 만들어 은행 수익에 도움을 줄 것으로 하나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은행장에 이 행장이 적임자라고 본 데는 그의 추진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행장이 그간 풍부하게 쌓아온 현장 경험으로 얻은 뚜렷한 직감을 활용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해 은행과 하나금융 전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봤다는 의미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정신도 그를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행장은 자신의 좌우명이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과 물이 가로막아 길을 막아도 길을 만들고 다리를 만들면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행장을 신임 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손님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췄다"며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재임 기간, 조직에 긍정 에너지를 확산시키면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회사를 변화시킨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희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