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왕실서 즐기던 정원
선진국 메가 트렌드 부상
반도체 시장보다 3배 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한국 정원 산업 출발점
등록 정원 10년새 41배
산림청, 정원산업 육성
생활밀착형 小정원 확충
조경·원예 청년작가 양성
선진국 메가 트렌드 부상
반도체 시장보다 3배 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한국 정원 산업 출발점
등록 정원 10년새 41배
산림청, 정원산업 육성
생활밀착형 小정원 확충
조경·원예 청년작가 양성

경제 성장과 함께 정원 활동이 대중화되고 생활 문화로 정착되면서 정원 관리 용품, 인테리어 상품 수요가 늘고 대형 정원을 기반으로 한 박람회, 플라워쇼를 통해 글로벌 정원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세계 정원 시장은 그 규모가 몇 년 새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마켓라인에 따르면 세계 정원시장은 2022년 기준 약 2692조원(1조9511억달러)에 달한다. 반도체 시장(740조원)의 3배가 넘는다. 2027년이 되면 세계 정원 산업은 3000조원대로 2022년보다 50%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왕과 귀족의 전유물이던 정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긴 선진국에선 이미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생태환경보전, 탄소 저감 등 시너지 효과로 새로운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오늘날처럼 기후위기가 일상인 시대에는 정원의 필요성은 더욱 확실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등 정원 문화가 생활화된 유럽의 정원 산업은 정원(garden)자체가 아닌 정원 활동(gardening)과 정원 생활(outdoor living)에 필요한 상품 시장을 중심으로 산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 왕실이 1759년 설립한 왕립 식물원인 큐가든은 지난해 245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영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큐가든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영국을 휴가지로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다.
111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매년 5월 런던의 템스 강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정원 박람회인 첼시플라워쇼는 하루 입장권이 100파운드, 한화로 17만원이 넘지만 매회 매진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정원 문화 산업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을 넘어 미국, 아시아로 퍼졌다.
1858년 조성된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는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현대 도시공원의 시초이자 매년 2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 명소다. 우리나라 부산보다 작은 싱가포르는 7000억원을 투자, 2012년 6월에 개장한 '가든스 바이 더베이'라는 세계적인 정원 하나로 한 해 12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여 약 36조원의 수입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도 1인당 GDP가 3만달러대에 진입한 1992년부터 정원 가꾸기 용품이나 유럽식 인테리어 상품이 유행했고 관련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원 산업 관련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 이상인 약 3700만명에 달하고 정원 시장 규모는 111조원(2021년)으로 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 크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3년 440만명이 찾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한국 정원 발전의 출발점이자 기폭제가 됐다. 이어 2015년 1월 정원법률인 수목원정원법이 처음 시행되면서 정원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 결과 수목원정원법이 시행된 2015년만 해도 순천만국가정원 1곳과 민간정원 4곳에 불과했던 등록정원은 10년 만에 국가정원 2곳을 포함해 지방정원 12곳, 민간정원 152곳 등 총 166곳으로 41배 이상 늘어났다.
정원 인구 저변이 넓어지고 정원 문화 대중화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980만명의 관람객 유치로 3조1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았고 뚝섬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78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아 K가든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김성환 산림청 사무관은 "우리나라 정원 산업은 35조4000억원 규모로 아직 식물소재와 정원 조성 자재가 전체의 93% 이상을 차지하는 단순 구조의 신흥 시장이지만 지역소멸에 대응한 하나의 산업으로 태동하고 탄소중립정원 등 기업들의 ESG 사업 강화로 정원 시장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이에 발맞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설립과 함께 정원팀을 과로 승격시키고 정원 문화 확산 및 정원 산업 육성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정원'을 정책 목표로 정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현재 1897개인 국내 정원의 수를 2030년까지 2700개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생활 속에서 정원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실내외 소규모 공원 형태인 '생활밀착형 정원' 조성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산림·조경·원예 등 정원 분야 전공자들이 정원의 설계~시공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정원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작가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배출한 인력만 625명에 이른다. 내년 5월에는 정원작가 육성과 한국 정원의 세계화를 전담하는 전문 기관인 '한국정원문화원'도 문을 연다. 국립 정원소재실용화센터는 2026년 개원을 목표로 강원 춘천에 조성 중이다.
정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정원도시 조성 사업 지원의 추진 근거를 만드는 수목원정원법 개정안을 이달 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를 추진 중이다. 국가·지방·민간 정원이나 자투리땅의 작은 정원 등 도시 내 정원들을 연결하는 '생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통해 정원 문화 확산 기반을 다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 청장은 "최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식집사'가 늘고 반려식물 클리닉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이제 정원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찾아가는 정원'에서 내가 '만드는 정원'으로 정원 문화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한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