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뇌물 사건’ 재판이 법관기피 신청으로 중단된 지 약 4개월 만에 열렸다.
23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는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의 뇌물 관련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향후 재판절차 등을 논의하는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대표 등 피고인 3명 모두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장 내용을 두고 “이재명과 이화영 피고인이 특정 행위를 함께 한 것인지, 각각 따로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공소사실을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정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 전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2020년 1월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 측에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를 대신 내도록 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12일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화영은 이재명 승인 아래, 승인했다’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데 승인 방식이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고 검찰에 물었고, 검찰은 “직접적 증거가 있다기보다 경기도 내부 진행된 사업의 논의 방식 보고 과정 등에 비춰 그렇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여러 정황에 비춰 이재명이 그 부분을 승인했다는 법률적 평가로 볼 수 있다는 의미냐”며 “공소사실에 법률적 평가를 기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실관계에 맞춰서 다음 기일까지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이 50여쪽인데 500만달러 대북송금 관련해서는 34쪽에 가서야 처음으로 ‘이로써 이들이 공모해 뇌물 공여했다’는 글귀가 나온다. 그 앞 30여쪽은 전제 사실인데 이렇게 길게 기재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재판장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뇌물공여 대상인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김성태가 북한 측과 체결한 협약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해달라고 한 것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 지 등에 대한 검찰의 법률적 검토 내용 및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재판장은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에게는 “피고인에 대해 송달이 잘 안되고 있다”며 “송달할 수 있는 주소를 두 개 정도 알려주면 재판부에서 복수로 소환장 보내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정치 현안들 때문에, 자택에 자주 없고 국회에 있는 경우가 많다. 국회 주소를 이번 주까지 서면으로 내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재판부에 “검찰이 수사 중 생성한 수사보고서 열람 등사를 거부했다”며 “재판부에 이에 대한 허용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헌법재판소는 수사기관 내부 의견서 등은 피고인의 방어 활동에 관계없고 열람 등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며 “내부 보고서를 봐야 공소사실 및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겠다는 것은 신종 재판 지연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수사보고서 열람등사 허용 신청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판단하겠다”며 “피고인들은 증거 및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간략히라도 밝혀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