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환의 미국에서 성공하기] 미국 영주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국의 이민 수요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학위나 숙련직 기반 EB-2나 EB-3를 많이 검토했지만 요즘은 다국적 기업 임원과 관리자를 위한 EB-1C가 눈길을 끈다. EB-1C는 미국 특기자 이민(EB-1) 중 다국적 기업 간부나 매니저가 신청할 수 있는 취업 이민 비자 1순위이다.
이미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본사와 해외 지사 시스템에 익숙한 이들에겐 L-1A 비자로 미국에 파견된 뒤 곧바로 EB-1C로 전환해 비교적 빠르게 영주권을 노린다.
EB-1은 취업 이민 최우선 순위로 분류되는 카테고리이다. 연구 업적을 강조하는 EB-1A나 EB-1B와는 달리 EB-1C는 노벨상 수상이나 저명한 학술 활동 같은 특수 업적 없이도 신청할 수 있다.
핵심은 한국 본사와 미국 법인(또는 지사) 사이의 조직적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임원이나 관리자급으로 실질적인 경영과 관리 권한을 행사해왔음을 증명하는 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재벌과 대기업 중심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는 파견 임원이나 관리자 신분을 활용해 L-1A를 먼저 받고 EB-1C로 넘어가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단순히 빠른 진행만을 장점으로 꼽을 수는 없다. EB-1C가 승인되면 가족 동반 이민이 가능해 자녀 교육이나 주재원 생활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쉬워진다.
미국 대학 진학, 의료보험 가입, 부동산 투자 등에서 영주권자가 갖는 이점은 한국 부모 세대 입장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요즘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인들도 적극적으로 미국 지사를 설립하고 임원과 관리자를 현지에 파견해 사업을 키우면서 EB-1C까지 노리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고 EB-1C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쉬운 길은 아니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임원과 관리자 요건의 엄격함이다. 미국에서 부서를 지휘∙감독할 역량과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회사 규모가 너무 작아 임원이 실무자 역할까지 겸한다면 심사관이 진정한 관리자인지 의심할 수 있다.
미국 법인 실체를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출, 거래 실적, 직원 급여 내역, 재무제표 등으로 단순한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신생 지사라면 운영 기간이 너무 짧아 실적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L-1A로 미국에 먼저 파견돼 1년 이상 조직이나 매출을 어느 정도 키운 뒤 EB-1C를 신청하는 쪽이 조금 더 안정적이다.
한국 본사와 미국 법인 사이 소유구조 역시 정교하게 짜여야 한다. 모회사-자회사, 계열사, 지사(Branch) 형태라는 점이 분명해야 한다.
지분 및 의사 결정권 구조가 심사 과정에서 헷갈리지 않도록 투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특히 한국 본사가 과연 미국 회사를 통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게끔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업종별 사례를 보면 이미 글로벌화가 잘 이뤄진 대기업들은 탄탄한 미국 현지 법인 조직으로 인해 EB-1C 심사가 비교적 수월하다. 중소∙중견 기업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국 지사 규모가 작더라도 고용과 매출이 올라가는 추세라면 차근차근 증거를 쌓아 임원 자격을 충족시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프랜차이즈나 무역업을 하는 회사가 여러 매장을 운영하면서 현지 인력을 고용하는 형태라면 실제로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임원임을 입증하기가 한결 쉽다.
다만 하나뿐인 매장이거나 너무 적은 인원이라면 관리자가 왜 필요한지 잘 설득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표를 너무 짧게 잡지 않는 것이다. 오늘 법인을 만들고 내일 EB-1C를 신청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실제 사업 운영 실적과 서류를 갖추고 관리할 직원과 팀이 있는 상태를 만들어두어야 훨씬 안전하다. 서두르다 거절되면 추후 재신청하기 어렵고 향후 비자나 이민 발급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EB-1C는 학술 업적이나 특수 능력이 없더라도 비교적 빠르게 영주권을 획득하는 장점이 크다. 한국과 미국 간 사업 확장과 가족 이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이들에는 최적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임원 명함만 믿고 무작정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조직도와 재무제표, 직원 운용 기록처럼 실체를 증명하는 자료를 미리 마련하고 실제로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한국인에게 미국 이민의 길이 생각보다 넓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이다.
다국적 경영자 또는 관리자로서 역량을 보여줄 자신이 있고 회사 지원이 가능하다면 EB-1C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길도 드물다. 예전처럼 유학 후 취업이나 학위 기반 이민이 전부가 아닌 기업을 통한 글로벌 확장과 영주권 확보가 동시에 가능한 시대다.
사업 신장과 함께 가족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EB-1C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권하고 싶다.
[홍창환 객원칼럼니스트(국민이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