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여기 인생 자체가 도전인 사람이 있다.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은.
학창시절엔 만화와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공부와는 다소 거리가 먼 학생이었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뒷심을 발휘해 의대에 입학했다. 의사가 된 후에도 웹소설을 쓰고, 유튜브를 시작하며, 새로운 길들을 개척해 이제는 의사라는 직업보다 ‘한산이가’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작가이자 크리에이터인 이낙준 씨를 만났다.
Q. 안녕하세요?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산이가’라는 필명으로 웹소설을 쓰고, ‘닥터프렌즈’라는 의학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이라고 합니다.
![[이낙준 작가, 사진 제공=이낙준]](https://pimg.mk.co.kr/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1d2a736eb0064fb9903fffef0c6e889e_P2.jpg)
Q. 학창시절 노는 것을 좋아하고 PC방과 만화방을 애정 했다던데(웃음) 어떻게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는지.. 혹시, 천재인가요?
A. 의대 진학은 고등학생 때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에요. 그전에는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죠.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출시되었어요. CRT 모니터*를 사용하는 PC방이 생겼을 때부터 친구들과 즐겨 다녔습니다. 이후 디아블로가 출시됐고, 그 다음에는 워크래프트가 출시되었죠. 이렇듯 새로운 게임이 계속 출시되니 PC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요.
만화방은 제가 워낙 좋아했고요. 게임과 만화에 빠져 살다 보니 공부를 잘 할 수 없더라고요.
고등학생이 되어 보니 정말 잘하는 게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외모가 뛰어나서 방송·연예계 쪽으로 진출할 수도 없었고요(웃음). 부모님께서 두분 모두 공부를 잘 하셨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서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요. 여담입니다만, 제가 중학교 수학은 지금도 잘 모릅니다~
* CRT 모니터: 1980년대 처음 사용되어 1990년대 보편적으로 사용된 모니터로 후면이 두껍고 큰 것이 특징
Q. 드라마 ‘하얀거탑’ 주인공인 외과의사를 동경했는데 결국 이비인후과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가 본과 2학년 때 ‘하얀거탑’ 드라마를 봤어요. 당시 외과는 인기과가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외과에 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당시 제 성적이 전체 2등이었어요. 1등은 이길 수가 없는 넘사벽 형이어서 불가능했고요.
의대는 본과 3학년부터 실습을 나가거든요. 당시 응급실에 복통 환자가 왔다고 호출이 와서 담당 외과 선생님과 같이 내려갔어요. 당시 환자분이 저와 비슷한 또래였는데, CT를 찍어보니 복부 대동맥이 박리*되어 있었어요. 대동맥이 터지기 직전이었습니다. 매우 심각한..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바로 응급 수술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배를 열고 대동맥으로 접근하는 사이 그만 대동맥이 터져버렸어요. 수술방은 피 칠갑이 됐고 저희는 심폐소생술을, 마취과 선생님은 피를 짜서 넣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심장박동은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결국 환자분은 사망했습니다. 테이블 데스*가 발생한 거죠.
교수님과 선생님들은 보호자분께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수술방을 나가셨어요. 나가시기 전 저와 다른 학생에게 열려 있는 환자의 배를 닫아주라고 말씀하셨고요. 고인이 된 환자분은 장이 많이 부어 있는 상태라 배를 닫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겨우 봉합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술방에 제 짐들을 놔 두고 왔더라고요. 짐을 가지러 들어가니 불 꺼진 수술방에 당시 수술을 집도하신 교수님께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계시더라고요. 생명과 직결된 수술을 계속해 오신 교수님도 환자가 사망하면 저렇게 힘들어하시는데 정말이지 저는 바이탈과*는 자신이 없더라고요. 사실 아직도 환자분의 배를 닫을 때의 상황이 또렷이 기억나거든요.
이후 재활의학과로 맘을 바꿨다가 안과로 바꿨다가 결국 이비인후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대동맥 박리: 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인해 대동맥 혈관 벽이 찢어져서 발생하는 질환
* 테이블 데스(Table death):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하는 것을 의미의 의학 용어
* 바이탈과: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를 행하는 과로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이 해당함
Q. 군의관 시절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고 들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던데 계기가 있었나요?
* 조혈모세포 - 골수, 혈액, 탯줄에서 발견되는 특수세포로, 신체에 항상 일정한 수의 혈액세포가 존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함
A. 생명을 구하는데 일조하고 싶었고 다소 운명같다는 생각도 들어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게 되었어요.
의대나 간호대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설명회를 많이 진행하거든요. 의대생이나 간호대생은 미래 의료인이 될 사람들이다 보니 실제로 기증 신청도 꽤 많이 하고요. 저도 의대생 때 설명회를 듣고 기증 신청을 했어요. 신청 후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 군의관 때 수혜자와 매칭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레지던트 때는 너무 바빠 건강이 별로 좋지 못했어요. 오히려 군의관일 때 시간적 여유도 생기고 건강도 더 좋아진 것 같아요.
군인 때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면 휴가도 일주일 나왔으니까요. 건강해진 신체로 휴가를 보내며 ‘이건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한편으로는 ‘내가 한 생명을 구했다’라는 보람도 있었고요.
솔직히 이비인후과는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는 하지만, 다른 과들처럼 직접적으로 생명을 살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이낙준 작가, 사진 제공=이낙준]](https://pimg.mk.co.kr/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83c0b55308904889bef5bd4860a18535_P2.jpg)
Q. 본업만으로도 바빴을 텐데 처음 웹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생활툰*이 유행했어요. 웹툰을 보다 보니, 인턴, 레지던트 생활을 웹툰으로 만들면 재밌겠다, 이건 먹힌다! 된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레지던트 때 있었던 인상적인 일들을 기록해 아카이빙(저장)해 두었습니다. 혼났던 일, 잘했던 일, 또는 특이하고 기억에 남는 환자들 에피소드까지..
군의관일 때 태블릿을 구입했어요. 그동안 저장해둔 에피소드들을 그림으로 그리려고요. 생각보다 많이 어렵더라고요. 제가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는 건 굉장히 잘하는 편인데 직접 그리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그냥 글로 써야겠다 다짐했습니다.
글은 저의 경험이 바탕이 되는 에세이로 써야 하는데, 이건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심한 결과, 제가 좋아한 장르 소설로 써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웹소설을 처음 쓰게 된 계기였죠. 때마침 이때가 웹소설이 태동하던 시기였어요. 우연치 않게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졌습니다.
* 생활툰: 작가의 삶을 일기 쓰듯이 그림으로 그려서 올리는 웹툰의 한 장르
Q. 겸업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후 전업작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요?
A. 병원을 그만두었을 때 ‘배수의 진을 친 것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전혀 그런 건 아닌데.. 당시 일했던 병원이 365일 운영하는 곳이라 휴일에도 진료를 봤거든요. 결국은 2020년 1월 1일까지 일하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제가 병원을 그만두기 직전, 2019년 9월 드디어 제 소설이 웹툰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웹소설의 웹툰화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거든요. 네이버에서도 두 번째 웹툰화 작품으로 알고 있어요. 이때 저는 앞으로 1, 2년은 이 수익으로도 생활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진료를 쉬어도 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추후 개원할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그만두는데 큰 미련은 없었어요.
그런데 2020년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기존에 있던 이비인후과들도 망하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친한 선배도 2020년 2월 개원했는데 결국 8월에 망했습니다. 그걸 보니 개원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계속 글을 썼습니다. 이후 글쓰는 생활이 더 익숙해지다 보니 전업 작가가 되어 있더라고요. 계획하고 진행한 건 아니지만 나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이낙준 작가 소설 중 웹툰으로 가장 처음 만들어진 작품은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다
Q. 첫 소설인 ‘군의관, 이계가다’ 이후 ‘열혈 닥터, 명의를 향해’,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A.I. 닥터’, ‘검은 머리 영국 의사’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AI, 좀비, 환생 등 판타지를 의학에 결합한 SF 장르가 주인데 소재에 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A. 재미있게 본 작품과 드라마에서 주로 영감을 얻습니다.
사실 저는 웹소설을 좋아했어요. 장르 소설도 좋아했죠.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대여점 시절부터 알고 있던 소설들보다 훨씬 다양한 장르의 웹소설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제 생각으론 2017년 말부터 2018년 사이 우리나라 웹소설이 한 단계 도약했던 것 같아요. ‘재벌집 막내아들’, ‘전지적 독자 시점’, ‘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 등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들이 이 시기에 연재를 시작했거든요.
저도 이런 웹소설을 써 보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가진 장점이 의학물이다 보니 판타지에 의학을 결합한 소설을 쓰게 되더라고요.
소재에 관한 영감은 이렇듯 재미있게 봤던 작품에서 많이 얻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중증외상센터 주인공 백강혁이거든요. 사실 백강혁은 무협지 주인공 같은 캐릭터예요. 그래서 백강혁 같은 인물을 원톱으로 설정하고 세계를 상대로 싸우는 상황으로 초기 설정을 하는 거예요.
드라마에서도 영감을 얻습니다. 평일은 바쁘다 보니 주말에 와이프와 애들 재우고 드라마를 봐요. 저희 둘이 취향이 비슷해요. 드라마를 보다 ‘저거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 내용도 차용합니다.
Q. 본인의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요?
A. 저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과 주인공이 서로 달라요.
![[검은 머리 영국 의사 표지, 사진=네이버 시리즈]](https://pimg.mk.co.kr/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2bfda14d2f46434dbafb33a05dc3ab89_P2.jpg)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검은 머리 영국 의사’입니다.
쓰면서도 스스로 되게 신이 난 작품이에요. 의학물은 암묵적으로 넘으면 안 되는 선이 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은 시대물이니까 그 선을 넘을 수 있어요. 실제 역사를 보면 실행되고 벌어졌던 일들인데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면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있거든요.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역사적으로 보면 사실이었기 때문에 소설에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작품 중에서도 의학 관련 바운더리가 가장 넓은 작품이에요. 주인공은 제일 미친 사람이고요(웃음).
![[중증외상센터 프리퀄 웹툰, 사진 제공=네이버웹툰]](https://pimg.mk.co.kr/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c75f113902814a269b48f1b19ee6bdfe_P2.jpg)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은 바로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입니다. 백강혁은 저의 로망입니다. 제가 갖고 싶은 모든 걸 몰아넣었어요. 의사로서 강단 있는 모습, ‘이런 의사가 되면 좋겠다’ 혹은 ‘내 옆에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아 만든 캐릭터죠. 아마 앞으로도 저의 가장 애정 캐릭터일 것 같아요.
Q. 가족이 모두 장르 소설 팬이고 동네 만화방 사장님이 신간이 나오면 들여놔도 되는지 의견을 물어볼 정도였다는데 작가님의 인생 작품은 뭔가요?
A. 인생 작품.. 너무 많은데,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고요.
몇 가지를 뽑으라면 먼저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라는 작품입니다. 제가 ‘검은 머리 영국 의사’ 작품을 쓰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명원 작가님께서 쓰신 웹소설입니다. 장르는 대체 역사물*이죠. 타임슬립을 통해 역사를 바꿔 나가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대체 역사물 장르 중 원톱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작품은 ‘배드 본 블러드*’입니다. 하드 SF 장르예요. 신체 개조도 나오고, ‘듄’처럼 먼 미래 지구는 없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요. 주인공도 비틀어진 사람이고요. 사실 이런 배경의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어렵거든요. 성공하긴 더욱 어렵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정말 잘 썼거든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영어로 저술되었다면 대박 났을 거라 생각해요. 상도 받았을 것 같고요. 그래서 조금 아쉽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이제 하드 SF 장르에서 이 정도 작품성을 가진 소설도 나오는구나’ 생각했습니다.
* 검은머리 미군 대원수: 명원 작가가 2018년 4월 연재를 시작한 작품
* 대체 역사물: 대체된 역사를 논하는 작품으로 “만약 인류의 역사가 기존 사실과는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소설의 한 장르
* 배드 본 블러드: 백수귀족 작가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연재한 작품
Q. 좋아하는 작가는 누군가요?
A. 이영도 작가님 팬입니다. ‘드래곤 라자*’랑 ‘눈물을 마시는 새*’ 시리즈를 집필하신 분이죠. 제 또래 남성분들이라면 대부분 이작가님의 ‘드래곤 라자’를 읽어봤을 거예요.(웃음) 작가님 작품은 마치 순수문학 같거든요. 동시에 주제 의식도 있고요. 특히 눈물을 마시는 새 시리즈는 해외로도 발매되었습니다. 해외 반응도 엄청 좋다고 들었어요. 크래프톤*에서 눈물을 마시는 새 게임도 개발하는 중입니다.
* 드래곤 라자: 이영도 작가가 1997년 10월부터 1998년 4월까지 연재한 판타지 소설
* 눈물을 마시는 새: 이영도 작가가 2002년 3월부터 8월까지 연재한 판타지 소설
* 크래프톤: 대한민국의 게임 개발사로 배틀 그라운드가 대표 게임임
Q. 작품을 쓸 때 건강관리가 중요할 텐데 작가님 만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A. 우선 건강한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아침은 두부와 샐러드를 먹어요. 그리고 모닝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평일은 보통 점심으로 배달 식단을 먹어요. 저녁은 가족과 함께 자유식을 하고요.
꾸준히 운동도 합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러닝을 하고요. 짧게 뛸 때는 3km 정도, 많이 뛰면 5~10km정도 뜁니다. 근력 운동도 일주일에 최소 2번은 하고요. 신체적으로 유전자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사실 운동을 해도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아요.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Q. 133만 명의 헬프*분들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헬프 : 유튜브 닥터프렌즈의 구독자 애칭(Healthy Friends의 약칭)
A.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8년이지만 관련 이야기가 오고 간 건 2017년 말입니다. 제가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되었을 때죠.
초창기 제 글은 객관적으로 봐도 그리 잘 쓴 글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의학을 다룬다는 이유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죠. 그때 생각보다 사람들이 의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문의라는 타이틀을 달고 영상을 통해서 관련 지식을 전달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저희는 유튜브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영상 송출 창구를 아프리카TV로 해야 하나? 아프리카는 좀 그런데..그럼 사이트를 만들어서 거기에 올릴까? 등 논의가 한창이었어요. 이때 우창윤* 선생님의 와이프(당시 여자친구)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알려줬어요. 그 분은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터라 유튜브를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셋이서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닥터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저희 모두 자기 병원이 없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다른 유튜브 채널과는 결이 달랐죠. 이유는 저희 유튜브를 보고 환자가 많이 찾아오면 좋겠다는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피곤하고 힘들테니까..)
당시 올린 영상 중에는 ‘우리를 찾지 마세요’, ‘가까운 병원 가세요’와 같은 마케팅을 역행하는 영상도 있었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그래서 유튜버가 된 거 같네요. 어떻게 본인 병원으로 고객을 유인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될까’를 먼저 고민했으니까요. 계획하고 만든 콘텐츠들도 아니었고 당시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영상을 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바로 우리 채널의 차별화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당시 의학을 다루는 유튜버가 없었기도 했고요.
* 우창윤: 내과 전문의이며 유튜브 ‘닥터프렌즈’ 출연진으로 이낙준 작가와 대학 동기임
Q. 유튜브를 보면 의학과 관련된 드라마 리뷰, 게임, 상식은 물론 브이로그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있던데 가장 자신 있고 밀고 있는 컨텐츠는 뭔가요?
![[닥터프렌즈 ‘의학의 역사’ 콘텐츠, 사진 제공=유튜브 ‘닥터프렌즈’]](https://pimg.mk.co.kr/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e261b84df2f94ae9891b1e07b68f3ec0_P2.jpg)
A. 가장 자신 있는 콘텐츠는 의학의 역사입니다.
하지만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고 계속할 수 있도록 한 영상은 게임 리뷰였어요. 유튜브 운영 초창기 저희 모두 유튜브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거든요. 그럼에도 채널이 매우 빨리 성장했습니다. 채 1년도 되지 않아 10만 구독자를 달성했으니까요. 사실 10만 구독자를 달성해도 경제적인 리워드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저희 3명의 인생이 바뀌거나 그런 것도 전혀 없었고요.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성장은 매우 중요하잖아요.
![[닥터프렌즈 ‘의학 게임 리뷰’ 콘텐츠, 사진 제공=유튜브 ‘닥터프렌즈’]](https://pimg.mk.co.kr/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fe1e0a50ae62482280a68477927c4134_P2.jpg)
채널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모먼트가 되어준 것은 게임 리뷰였어요. 시작은 병원에서 수술 및 진료에 사용하는 것들을 가져와 착용한 뒤 의학 게임을 리뷰하는 영상이었죠. 그 영상이 빵 터지면서 구독자가 급증했습니다. 당시 약 50만명까지 간 것으로 기억해요. 새로고침 할 때마다 구독자 수와 조회수가 오르는 게 매우 즐겁고 신나더라고요.
![[닥터프렌즈 ‘의학 드라마 리뷰’ 콘텐츠, 사진 제공=유튜브 ‘닥터프렌즈’]](https://pimg.mk.co.kr/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b783525fab4f4208bc4e5e2d7368f85b_P2.jpg)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드라마 리뷰였습니다. 주로 의학 드라마를 리뷰했는데요. 이 역시 우창윤 선생님 와이프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의학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요. 참~ 참고로 제 와이프도 의사입니다.
어느 날 우창윤 선생님 와이프가 어떤 의학 드라마를 보면서 ‘저거 실제로 정말 저렇게 해?’라고 물어봤다고 해요. 이에 우창윤 선생님 왈, ‘저거 말도 안 되는 거다.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하자, 현실과 드라마의 다른 부분들이 너무 재미있다고.. 이걸 유튜브 콘텐츠로 해 보자고 했어요.
이 일이 바로 닥터프렌즈에서 의학 드라마 리뷰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입니다. 이후 구독자 10만 명이되었어요. 이후 50만까지는 앞서 말한 의학 게임 리뷰 덕분이었고요.
Q. 근래 건강, 웹소설 작성법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처음 강연하게 된 계기는?
A. 처음 강연을 하게 된 게 좀 애매해요. 두 가지가 있는데 뭐가 먼저였는지를 정확히 기억나지 않네요.(웃음)
첫 강의는 유튜브를 시작한 다음 해인 2019년이었습니다. 두 강연 모두 닥터프렌즈 멤버인 우창윤, 오진승* 선생님과 함께였습니다.
하나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지방 방문판매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강의였습니다. 당시 제가 이비인후과 의사이다 보니 ‘수면 무호흡, 코골이, 이명’ 이런 주제로 강의했고 우창윤 선생님은 ’대사질환’, 오진승 선생님은 ‘직무 스트레스’를 주제로 강의했어요.
다른 하나는 마블 코믹콘 서울 2019에서 진행한 강연이었는데요. 대상은 코믹콘에 참가한 분들이었고 주제는 닥터프렌즈 ‘의사가 분석하는 히어로’였습니다. 마블 영화 주인공인 토르와 헐크를 의사들의 시점에서 다뤘어요. 예를 들면 ‘얼마 이상의 방사선을 맞으면 헐크는 될 수 없고… 아마도 DNA가 녹아서 없어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슈퍼 히어로들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내용을 강의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며 ‘닥터프렌즈’ 출연진 중 한 명으로 이낙준 작가와 군의관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음
Q.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대상, 시기, 장소, 주제, 콘텐츠, 내용)
A.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앞서 언급한 코믹콘 서울 2019에서 진행한 강의입니다.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이유는 실제 저희 팬분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강연 현장에 팬분들이 찾아와 주셨거든요. 팬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강연이 끝나고도 줄을 서서 저희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아 가셨거든요. ‘우린 그냥 30대 아저씨들인데 이게 뭐지?’, ‘무슨 일이지?’ 어리둥절하고 얼떨떨했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의사, 유튜버, 작가 중 자녀가 선택했으면 하는 직업이 있나요?
A. 첫째는 동물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수의사를 하고 싶어 합니다. 저도 아이가 수의사가 되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아이에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요. 첫째는 체제에 순응하고 사회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이거든요. 그래서 전문직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둘째는 굉장히 자유분방해요. 유학을 간 적이 없는데 유학생 같은 느낌! 뭔지 아시겠죠? 자기가 하고자 하는 분야의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먹는 걸 좋아하니 셰프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직 어리니 여러 가지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의 꿈, 인생의 목표는?
A. 옛날이라면 작품이 잘 되어 드라마화되고 영화화되는 것이 꿈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오래 쓰는 것이 목표이자 꿈입니다. 오랫동안 퇴물 소리 듣지 않고, 이 장르, 저 장르,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싶어요.
![[김미림 매경비즈 교육팀장(왼쪽)과 이낙준 작가, 사진=박나현]](https://pimg.mk.co.kr/news/cms/202504/15/news-p.v1.20250415.81ea6376f4614edab0fd369969b5ef47_P2.jpg)
이 시대 진정한 능력자 이낙준 작가님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미림
기사 작성 및 편집: 김미림, 박나현
[김미림의 HR스토리는 매일경제교육센터 MK speake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