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 16년만 최저 수준
고환율 직격탄 맞은 미국 유학생들
일부 유학생들 휴학하거나 귀국도
엔화당 원화값도 3년만 가장 낮아
일본 유학 준비생들도 계획 차질
![[사진=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4/09/news-p.v1.20250409.7ac01213edf4429bb74677e7f6765737_P1.jpg)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고등학교 유학 중인 아들을 둔 김 모씨(59)는 “최근 6개월간 달러 환율이 오른데다 현지 생활물가까지 오르면 예전보다 생활비를 20% 이상 더 보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아이가 2022년도에 유학을 시작했는데 풍족하게 쓰지는 않더라도 교통비, 식비, 책값 등으로만 족히 한달에 500만원은 든다”며 “환율이 오르니까 유학이 매우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6개월전만 하더라도 아들에게 매달 3000달러 가량을 송금해줬다. 당시 달러당 원화값 1320원을 적용할 경우 수수료까지 400만원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오른 물가를 감안해 현재는 매달 3400달러를 송금해주고 있다. 여기에 원화값이 1480원으로 폭락하는 일마저 겹치니 기존보다 100만원 많은 500만원이 필요해진 것이다.
원화값 폭락에 유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원화값 급락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9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 부담을 호소하는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절약’ ‘아르바이트’ ‘귀국 검토’ 등 각양각색이다.
원화값이 2분기 내에 15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까지 나오며 유학생들은 고통 장기화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임 모씨(25)는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용돈을 200달러 정도 줄이고 환율이 안정될 때까진 절약과 아르바이트로 버티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4/09/news-p.v1.20250409.2e28312500734e2aa63ca1eda2e20343_P1.jpg)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김 모씨(28)는 ‘강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김씨는 “아침에는 시리얼, 점심에는 간단한 과일류로만 도시락을 싸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그냥 잘 먹고 산다고 말하며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씨는 유학 전 모아둔 돈을 아직까지 원화로 갖고 있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유학비용에 보태기 위해 3000만원 가량을 모아뒀지만 폭락한 원화값에 달러 환전이 두렵다. 김씨는 “대학원 월급으로는 당장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며 “돈이 급한 상황이지만 당장 환전하는 것은 너무 손해라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한 학부모는 “환율이 오르면서 주변에 유학을 같이 간 아이 친구들 중에서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학생도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은 유학비 대기가 힘들어 휴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유학도 양극화돼 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환율 문제로 미국 유학을 알아보던 학생들은 ‘그나마’ 환율이 유리한 다른 영미권 국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환율 때문에 유학을 주저하는 분들이 꽤 있는 상황”이라며 “6개월 어학연수 등 단기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캐나다 같은 다른 선택지가 있지만 애초에 미국 대학에서의 학부·석사·박사 과정을 목표로 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울며겨자먹기’로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4/09/news-p.v1.20250409.794f0593d23f4a9d894e11dac81e7752_P1.jpg)
일본에서 생활 중이거나 일본으로 유학을 준비하려던 학생들도 최근 100엔당 원화값이 1000원대로 떨어지면서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디자인 공부를 위해 오는 8월 일본 유학을 계획 중이던 A씨(25)는 “오랫동안 준비한 교육 기회라 계획을 미룰 순 없어서 출국 시기를 미루고 일본 내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빠르게 구해볼 계획”이라며 “지난해부터 계속 엔화 환율이 올라서 안정되는 시기에 환전하려 했지만 환전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