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별세
1988년 삼성 신입사원 입사
삼성TV 세계 1등 키운 주역
따뜻한 맏형 리더십 발휘
2021년 부회장 자리 올라
AI가전 발표 전날에 타계
"안타깝다" 각계각층 애도
1988년 삼성 신입사원 입사
삼성TV 세계 1등 키운 주역
따뜻한 맏형 리더십 발휘
2021년 부회장 자리 올라
AI가전 발표 전날에 타계
"안타깝다" 각계각층 애도

삼성 TV를 1등 브랜드로 길러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한 부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이자 한국 TV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고인은 1962년생으로 천안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LCD TV 랩장·개발그룹장·상품개발팀장·개발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뒤, 2017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TV, PDP TV, LCD TV, 3D TV, QLED TV 등 상당수 종류의 TV 개발에 참여하거나 이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28.3%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2006년 이후 19년간 놓치지 않고 연속 1위를 이어 나갔다.
2021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세트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을 맡아 TV뿐 아니라 생활가전까지 소비자 가전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듬해에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역량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사내에서는 강한 추진력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맏형 같은 리더로 기억하는 직원이 많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온화한 리더십과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판단하는 결단력으로 조직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한 부회장은 소통형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사내 게시판에서 직원 의견에 일일이 댓글을 다는 등 '소통형 리더'로 평가받았다. 아울러 삼성전자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전사 품질 역량 강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미래 성장동력 물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의료기기(메드텍), 로봇, 전장, 친환경 공조 솔루션 등 4대 핵심 영역을 강조했다.
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회장을 역임하면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춰 국내 전자업계의 사업 재편과 전략 제안에도 앞장섰다. 해당 공로로 2023년에는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 19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겠다"고 말하며 강력한 '반등'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장도 겸임하고 있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신제품 발표 행사 '웰컴 투 비스포크 AI'에서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서 AI 가전 전략과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심정지로 별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은 TV 사업 글로벌 1등을 이끌었으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세트 부문장과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왔다"고 그를 기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중국 현지 일정으로 직접 조문하지 못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 회장은 유가족들에게 멀리서나마 깊은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전 삼성전자 IM부문장 겸 사장)은 "일본 회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삼성전자 TV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린 주역이었다"면서 "오늘 우리나라 가전의 큰 별이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7일,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으로 정해졌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녀 1남이 있다.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