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A씨(59)는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20여년전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낸 다음 하루 5~6시간 소일거리를 찾다가 시작한 스타벅스 바리스타 일은 그녀에게 천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잘 맞았다. 하지만 내년이면 만 60세 정년을 맞아 일을 그만둬야 한다. A씨는 “일이 너무 즐거워 은퇴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이웃나라 일본의 스타벅스 매장에선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법적 정년은 만 60세지만, 지난 2006년 일을 원하는 고령자에 대해서는 기업이 만 65세까지 고용하도록 하는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정년연장·정년폐지·재고용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2022년 기준 65세 고용확보 조치를 한 일본 기업은 23만5620곳으로 99.9%(상시근로자 21인 이상 기준)다. 만약 한국에도 이런 조치가 생긴다면 A씨는 앞으로 5년은 더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경제전반의 활력 저하가 우려된다. 장년층마저도 정년제한에 묶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과 함께 정년제한을 완화해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과 함께 분석한 결과, 만 50~64세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2022년 기준 일본 수준으로 높일 경우 2047년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는 현재 추계 대비 92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세대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2047년 경제활동인구는 2022년(2892만2000명) 대비 83.3% 수준인 2409만2026명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장년층이 일본 장년층만큼의 경제활동률을 보일 경우, 이 수치는 86.5%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 인원으로는 92만5504명에 해당한다.
일본은 2021년부터 기업들에 70세까지 고용확보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이 교수는 “장년층이 주된 일자리 혹은 유사한 일자리에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노동시장 여건 변화는 장년층 고용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