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3일 개막 오사카 엑스포 관전 포인트
오사카 인근 인공섬서 개최
가상·물리공간 융합전략 등
기술혁신 발판으로 삼아
日 잃어버린 시대 종식 노려
158국 참가·경제효과 28조원
지방 활성화·균형발전도 기대
오사카 인근 인공섬서 개최
가상·물리공간 융합전략 등
기술혁신 발판으로 삼아
日 잃어버린 시대 종식 노려
158국 참가·경제효과 28조원
지방 활성화·균형발전도 기대

일본의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단카이 세대'로 명명한 작가 사카이야 다이치가 생전에 한 얘기다. 오사카 출신인 그는 경제산업성에 근무하던 당시 28세의 나이로 오사카 엑스포의 기획을 맡아 대성공을 이뤄내기도 했다.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다음달 13일 일본 오사카만 인근 인공섬인 '유메시마(꿈섬)'에서 개막해 10월 13일까지 184일간 진행된다. 한국을 포함해 158개 국가·지역과 9개 국제기구가 전시관을 마련했다.
55년 만에 다시 돌아온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전시회장 곳곳에는 과거의 향수를 추억하는 모습이 보인다.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이후 '잃어버린 시간'을 보내온 일본 경제는 올림픽과 엑스포를 잇달아 유치하며 재도약하는 계기를 여기서 찾고자 했다. 하지만 올림픽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극으로 끝났고 이제 희망을 거는 것은 엑스포뿐이다.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지구에 가져온 월석 전시가 1970년 엑스포를 뜨겁게 달궜다면, 이번에는 '화성의 돌'이 일본관에 전시된다.
1970년에 큰 화제가 됐던 자동 목욕기도 다시 등장한다. 사람이 밀폐된 욕조 안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목욕시켜줬던 산요의 울트라 소닉 세탁기를 재현한 것이다. 이번에는 사이언스라는 회사에서 개발해 오사카 헬스케어 전시관에서 선보인다.

사이버공간(가상공간)과 물리공간(현실공간)을 융합시키는 일본의 국가 전략인 '소사이어티 5.0'도 이번에 더욱 구체화된다.
5.0은 수렵사회와 농경사회, 공업사회, 정보사회에서 이어지는 5번째의 새로운 사회라는 의미다. 이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빅데이터,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는 사회이기도 하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사회의 디자인'이다. 이러한 주제 속에서 인류공통과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첨단 기술과 지식이 모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세계박람회는 초기에는 국가가 주도했던 '국가의 엑스포',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대기업이 주역이 된 '기업의 엑스포'였다"며 "2005년 아이치 엑스포부터 환경 문제 등 인류 과제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민의 엑스포'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식량 문제를 주제로 2015년 개최된 밀라노 엑스포의 경우 '식품 로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일깨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명'을 주제로 오사카 엑스포도 10년 또는 20년 뒤에 미래를 바꿀 실험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는 '도쿄 일극 집중'이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제2차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4년 9월,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쇠퇴를 막고 지역을 활성화하겠다며 '지방창생'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일본 사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오사카 엑스포는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케케묵은 규제 장벽을 없애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당장 오사카는 엑스포를 앞두고 시간제한을 뒀던 '차량 공유(라이드셰어)' 서비스를 24시간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앴다. 또 택시에 대해서도 운행 제한 시간을 줄이고, 지역 간 이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엑스포 전시장은 '캐시리스(현금 사용 불가)' 지역으로 만들었다. 현재 일본의 신용카드나 간편결제서비스 등 캐시리스를 활용한 결제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99%에 달하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영국·미국 등과도 큰 격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계산 업무나 현금 관리 부담 때문에 영업시간을 줄이는 곳도 많을 정도다.
닛케이는 "최근 한국·중국·대만의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은 2005년 아이치 엑스포에 맞춰 비자 면제를 확대한 것이 불쏘시개가 됐다"며 "오사카 엑스포도 일본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야심 차게 준비한 오사카 엑스포이지만 아직 불안한 부분은 많다. 입장권 사전 판매 목표가 60%에 불과하고 설문조사에서 엑스포에 가겠다는 사람이 30%를 넘지 못했다.
[오사카 이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