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금·거주지 제한 등으로
영장 발부 단계서 조건 부과
구속·기각 외 선택지 만들어
영장 발부 단계서 조건 부과
구속·기각 외 선택지 만들어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구속영장 발부 시 보석금 등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는 조건부 석방제도 입법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전부터 '조건부 구속영장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의자에게 영장을 발부하되 거주지 제한, 피해자 접근 금지 등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이를 어겼을 때에만 신병을 구속하는 것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심사 이후 발부 혹은 기각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데, 그 중간지대를 만들어 '구속 만능주의'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1999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논의가 이어졌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반대로 도입이 무산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열린 정기회의에서 해당 검토안을 공식 안건으로 올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2월 3일 관련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소위 논의 전 접수만 이뤄진 단계다. 개정안은 영장 발부 단계부터 보석금, 거주 제한 등 석방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구속영장 사례처럼 발부와 기각이라는 양자택일 선택지에 갇힐 수밖에 없는 판사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거론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를 두고 있으며, 조건부 구속제도가 불구속재판과 무죄추정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아 장기간 법제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조건부 구속제도가 보석금을 많이 낼 여유가 있는 부유층과 보석금을 낼 여유가 적은 서민 사이에 차별을 둬 공정한 법 집행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체포·구속 적부심, 보석, 구속 취소 등 다양한 석방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어 조건부 구속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윤 기자 / 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