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회

학원에 시험문제 팔아 200억 챙긴 '검은 교사들'

권한울 기자
안정훈 기자
입력 : 
2025-02-18 17:57:29
수정 : 
2025-02-18 20:17:22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249명의 현직 교사가 최근 6년간 사설 학원에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불법 제공하고 수백억 원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교사는 문항 공급 조직을 만들고 동료 교사들을 섭외해 거래를 하며, 주로 수도권 지역에서 유착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교육부는 제도 개선과 징계 조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현행 입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언어변경

글자크기 설정

감사원 '사교육 카르텔' 적발
공립·사립고교 교사 249명
6년간 사교육 업체와 결탁
모의고사 문제 제작·판매
문항 공급조직 꾸려 알선도
16명은 수능·모평 출제위원
사교육 비중높은 탐구·수학
송파·강남 학원가서 성행
사진설명
현직 교사 249명이 최근 6년간 대형 입시 학원에 불법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수백억 원을 받은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교사들은 대부분 사교육 업체와의 문항 거래 사실을 학교와 교육청에 숨겼고, 이 중 16명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속이고 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일부 교사는 '문항 공급 조직'을 만들고 다른 교사들을 섭외해 사교육 업체들과 거래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제도를 개선하고 해당 교사들에 대해 징계 등 조치를 한다는 계획이지만, '수능 만능주의'라는 현 입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암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감사원이 공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직 교사 249명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설 학원에 모의고사 및 교재용 문항을 제작·판매하고 받은 것으로 확인된 금액은 212억9000만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8500만원을 챙긴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 A씨는 2015년부터 모의고사 문항을 꾸준히 공급해 8개 사설 업체로부터 6억1000만원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사교육 업체와 교사 간 유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거래 규모는 서울이 160억원(75.4%)으로 가장 컸다. 경기도 38억원(18%)까지 합하면 서울·경기 지역 내 문항 거래 규모가 전체의 93.4%에 달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23억원)·강남구(23억원)·양천구(21억원)가 거래 규모 상위권에 오르는 등 대형 입시 학원이 몰린 지역에서 암거래가 성행했다.

과목별로는 과학이 66억원(31.1%)으로 거래 규모가 가장 컸고, 수학이 57억원(26.8%)으로 뒤를 이었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 문항(고난도 문항)'이 수능에 계속 출제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문항 발굴이 사교육 업체의 주요 경쟁력으로 부각되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어는 20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일부 교사는 자신이 아는 교사들을 끌어모아 문항 공급 조직을 꾸린 뒤 알선비 명목으로 추가 수익을 얻기도 했다. 고교 교사 B씨는 2019년 출제·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교원 8명을 섭외해 2023년까지 문항 2000여 개를 사교육 업체에 공급하고 6억6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다른 고교 교사 C씨는 배우자가 설립한 문항 공급 업체를 통해 2019~2022년 1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3억원은 C씨 본인이 갖고, 1억1000만원은 배우자 업체의 영업이익 명목으로 챙겼다.

이 밖에 △학원에 판매한 문항을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 △문항 거래 후 '사교육 업체와 거래 사실이 없다'고 심사 자료에 허위 기재한 뒤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 △학원에 EBS 수능 연계교재 파일 유출 등의 행위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행태가 만연한 배경으로 △고난도 문항 수능 출제 경향 △교육부의 감독 부실 등을 꼽았다. 또 교육부는 2020년 사설 모의고사에 문항 출제가 가능한지 묻는 민원에 겸직허가 관련 규정 등 원론적 내용만 회신하는 데 그쳤고, 2021년 교원 겸직허가 실태를 조사하며 문항 거래 행위가 확인됐는데도 이를 그대로 두는 등 지도 감독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 혁파, 입시 비리 조사 등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사교육·입시 비리 대응담당관을 신규 자율 기구로 설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수능 만능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유착이 계속될 것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입시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 열풍은 한국 사회를 갉아먹는 고질병이나 다름없다"면서 "수능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 안정훈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