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로 행정체제 늘면서 현실과 동떨어져
전국 17개 시도 중 특·광역시만 방위식 행정기관 존재
유정복 “새 명칭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가치자원”
경찰·교육청 등 타 기관 방위식 명칭도 변경 협의 추진

전국 최초로 동서남북 방위식 행정기관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인천시가 시 관할 기관 명칭 변경까지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기관 명칭은 법률 개정이 필요해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지만 시 관할 기관은 이 같은 절차가 불필요해 변경이 수월한 편이다.
이와함께 인천시는 경찰·교육청 등 타 기관의 방위식 명칭도 협의를 통해 개정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방위식 행정기관명을 쓰는 광역단체는 특·광역시뿐이어서 인천시의 행보가 타 대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는 연내 방위식 명칭을 사용하는 시 관할 기관의 이름을 변경하기로 했다.
인천 서구에 있는 서부여성회관, 인천지하철 2호선 서부여성회관역 등과 같은 명칭이다. 제물포지하도상가처럼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는 명칭도 정리한다. 동구·중구가 2026년 7월 통·폐합돼 제물포구가 되면 미추홀구에 속한 제물포지하도상가는 행정구역과 상가 명칭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천시의 방위식 명칭 변경 추진은 민선 6기 때(2014년 7월 1일~2018년 6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정복 시장은 방위식 행정기관 명칭이 인구증가에 따른 행정구역 세분화로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지역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개정을 추진했다.
서구, 남구, 동구, 중구를 변경 대상으로 삼았으나 주민 합의 절차 등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2018년 남구만 미추홀구로 변경됐다.
2022년 7월, 민선 8기 인천시장으로 취임한 유 시장은 32년 만에 ‘2군·8구’인 시 행정체계를 ‘2군·9구’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면서 민선 6기 때와 같은 이유로 행정기관 명칭 변경을 재추진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천시 제물포구·영종구 및 검단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동구·중구는 2026년 7월 1일 제물포구로 통폐합돼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증가하는 서구는 서구와 검단구로 분리돼 여전히 방위식 명칭이 유지되는 것으로 법에 명시돼 있다. 이에 인천시와 서구는 방위식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고 최근 서구 주도로 4개 명칭(경명구, 서곶구, 서해구, 청라구)을 후보로 정했다. 인천시는 서구가 다음달까지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최종 명칭을 확정하면 인천시의회 의견을 들은 뒤 7월께 행정안전부에 법률 개정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기초단체, 시 관할 기관뿐만 아니라 경찰·교육청 등에서 운영하는 다른 기관의 방위식 명칭도 관련 기관과 협의해 변경해 나갈 예정이다.
유 시장은 지난 11일 동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천에는 불합리한 명칭이 너무 많다”면서 “구(區)뿐만 아니라 동인천역이나 제물포역 등 위치와 맞지 않는 지명과 함께 교육지원청, 공원사업소 등 방위식 지명 등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경찰청은 중부경찰서, 인천교육청은 남부교육지원청·북부교육지원청·동부교육지원청·서부교육지원청 등 방위식 지원청과 부평남초등학교, 부평서초등학교 등 방위식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인천서부지점’ 등과 같은 민간 기업의 방위식 명칭도 적지 않다.
유 시장은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 자치단체의 명칭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하나의 ‘가치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해 차별화할 새 브랜드는 인천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과 기업, 투자유치를 통한 인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방위식 명칭을 쓰는 행정기관은 특·광역시에만 있다. 25개 구로 구성된 서울시는 중구, 부산시와 대구시는 동·서·남·북·중구, 인천시와 대전시는 중·동·서구, 광주시와 울산시는 동·북구 등 4개 구가 방위식 명칭이다. 특·광역시에 같은 명칭의 행정기관이 존재하다 보니 국민과 외국인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