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커 지역상품권으로”
정치권, “현금 지원 필요”
실현 가능한 대안 마련 필요

전남 순천시를 향한 정치권의 ‘민생지원금 지급’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순천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직접적인 현금 지원 대신 지역상품권 확대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12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내 9개 시군이 1인당 10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까지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고흥군은 6만 500명에게 총 182억 원, 보성군은 3만 7000명에게 111억 원을 투입해 1인당 30만 원씩 지역상품권을 지급했다. 곡성군, 해남군, 완도군은 20만 원, 나주시와 무안군은 1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각 지자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영광군은 설과 추석에 50만 원씩 총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남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순천시는 민생지원금 지급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순천시 전체 인구 27만 6300명에게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려면 약 829억 원이 필요하다. 이는 시 예산(약 1조 7000억 원)의 4.9%에 해당하는 규모로, 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특히 최근 세수(稅收) 감소도 문제다. 순천시 교부세는 2022년 7201억 원에서 2023년 5432억 원, 2024년에는 5396억 원으로 3년 사이 2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여수·광양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부터 22년 까지 코로나 팬데믹 3년 기간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민생회복지원금을 모든 시민들에게 지원한 광양시는 올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역의 주력 산업인 철강 경기 침체와 연동돼 2024년 세입 감소 규모 만도 900억 여원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수또한 국내 석유 화학 산업의 유례없는 불황으로 세입이 반토막이 나 민생지원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순천시는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현금 지급 대신 지역상품권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순천시는 민생경제를 살리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순천사랑상품권 15% 특별할인에 들어갔다. 역대 최고 할인율로 1인당 월 최대 5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지난 7일까지 502억원이 판매돼 지역 상권 활력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시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이 골목상권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정책적 판단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민생지원금 보다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지역상품권 발행 규모인 1500억원은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이자 전남에서는 가장 많은 규모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에서는 민생지원금 지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문수 국회의원(순천광양구례곡성갑)은 지난달 31일 “순천시도 다른 지자체처럼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5일에는 순천시의원 12명이 “지역상품권 할인은 특정 소비 패턴을 가진 시민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 시민 대상 현금 지급을 촉구했다. 10일에는 전라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8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생회복지원금을 순천 시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순천 시민 김만길씨(58)는 “어차피 지역에서 사용할 돈이라면 상품권 지급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우철씨(62)는 “정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현 상황에 지역화폐가 더 맞다고 조언한다. 김시원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역 자영업자가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다. 현 상황에서 우선 순위를 정한다면 지역화폐가 현재 상황에서는 더 괜찮을 수 있다”며 “긴축재정 기조이고, 지방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이다. 지역화폐는 소상공인에 특정됐다. 도움을 주기위해서는 지역화폐가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