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만해도 주목 못받아
하루 18시간씩 연습 매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금메달 딸 준비 완벽한가”
전사같은 강철 마음 장착
새해 세계선수권 金 목표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꿈꾼다. 남들은 평생의 목표로 삼는 두 가지를 스물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모두 달성한 주인공이 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한국 양궁 선수 최초로 3관왕을 차지한 임시현이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그에게 만족이란 없었다. 2022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부터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졌다고 밝힌 임시현은 지난 2년간의 영광을 잊고 2025시즌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임시현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반짝 잘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되지 말자’다. 꾸준히 잘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양궁계의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리 못해도 10년은 더 잘해야 한다. 우선 올해는 한국에서 열리는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목표로 달려보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활을 잡은 임시현은 중학교 시절 내내 단 한 번도 입상하지 못했다. 스카우트 제의를 단 한 곳에서도 받지 못한 임시현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입학 시험까지 봐야 했다.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선수였던 임시현이 전 세계 최고의 양궁 선수로 거듭난 비결은 노력이다.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는 하루에 18시간 넘게 연습에 매진해 번아웃이 올 정도로 양궁에 미쳐 살았던 임시현은 피나는 노력으로 성격까지 바꿨다. 도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회피형 성격을 버리고 ‘일단 해보자’라는 전사의 마인드를 장착한 그는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임시현은 “파리올림픽과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내 자신에게 했던 질문 중 하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는가’였다. 두 차례 모두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해 어떤 상황에서도 10점을 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 있었다”며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두 대회를 통해 제대로 깨닫게 됐다. 행운 역시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준비를 철저히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짜리 경기를 했다고 자평한 그는 파리올림픽 경기력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시현은 “파리올림픽에서는 내가 계획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어느 때보다 준비를 철저히해 무조건 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긴장감에 발목을 잡혔다. 활만 잘 쏜다고 해서 금메달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 여자 양궁의 10연패를 달성한 뒤 긴장감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이 생겼다. 이후에 출전했던 혼성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에서는 여자 단체전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다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 경기를 펼치는 진정한 신궁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2025년도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11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임시현은 자만하는 순간 최고의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는 “파리올림픽과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딴 만큼 나도 모르게 정신이 해이해져 있었다. 그 결과 선발전 순위가 11위까지 추락했다. 내가 그토록 원하는 태극마크를 계속해서 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3월로 예정된 3차 선발전에서 상위 3명 안에 들기 위한 준비는 일찌감치 돌입했다. 2차 선발전이 끝난 뒤 곧바로 연습에 돌입한 그는 2025년에는 자신의 커리어에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추가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올림픽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따낸 김우진 선배처럼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최근에 생겼다. 태극마크를 달고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은 모두 잊고 새롭게 출발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양궁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뤘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임시현은 “파리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뒤 주변에서 스물한 살에 평생의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하는데 단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제서야 어떻게 하면 양궁을 잘할 수 있는지 아주 조금 알게 됐는데 앞으로 보여줄 게 정말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가슴속에 품고 있는 모든 목표를 이룬 뒤 미련 없이 활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앞만 보고 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