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패키지로 방콕 여행 … 가족단위 승객 대다수
무안공항에 유족 수백명 모여
"형님 좀 찾아줘요" 혼비백산
소방당국 사망자 명단 호명에
공항 곳곳 "아이고" 울음바다
광주 여행사서 승객 다수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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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행사서 승객 다수 모집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충돌로 참사가 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사고 현장에는 탑승객 가족들이 일제히 몰렸다. 이날 오후 무안공항 출입통제소에서 사고 유가족 A씨는 "왜 아무도 상황을 알려주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형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공항으로 달려왔지만 형의 생사를 알 길이 없었다. A씨는 "현장 통제만 하고 애타는 가족에게는 상황을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가족 대기실이라고 마련한 곳에는 모니터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후 3시께 무안공항에는 항공기 사고 소식을 듣고 공항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유족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오후 3시 10분께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김산 무안군수가 공항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당국의 느린 일처리와 사망자를 만날 수 없다는 설움에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 대표는 김 지사에게 "유족 대표단을 꾸려서 사고 현장을 방문할 수 있게 하고 유가족에게 빨리 연락을 취해서 가족들이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브리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까 빨리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무안공항에서 진행된 유가족 정례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문으로 사망자 신원을 확인 중"이라며 "소방대 격납고에 시신을 안치하기 시작했는데 추후 유가족 상황실을 만들어 구체적인 절차를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제주항공이 유가족 명단을 5시간 전에 적어갔는데 아직까지 아무 연락도 안 주고 있다"며 분노했다.
공항에 모인 많은 유가족은 자리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서로를 토닥이며 부둥켜안기도 했다.
탑승자 채 모씨(66)의 처형 이 모씨(73)는 여행사 사장인 채씨가 사고를 당했다고 해 광주에서 급히 왔다. 채씨는 99세인 장모님께 끔찍하게도 잘해 집에서 '막내아들'로 불리는 예쁜 막냇사위였다. 이씨는 "이런 사고가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줄 몰랐다"며 "매부가 허망하게 떠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읍에 사는 태 모씨(63)는 해남에 거주 중인 둘째 딸 부부가 비행기에 탔다는 얘기를 첫째 딸로부터 전해 듣고 오후 2시가 넘어 황급히 공항에 도착했다. 태씨는 "둘째 딸 부부가 여행을 간 줄도 모르고 있었다"며 "열흘 전 둘째 딸 부부가 가져온 절임배추로 함께 김장을 한 게 마지막일 줄 몰랐다"고 울먹였다. 착잡한 표정의 또 다른 60대 유가족 B씨는 "아내가 여행사를 통해 크리스마스 여행 상품을 예약해 친구들과 방콕으로 여행을 갔다"며 "오늘 오전 7시 50분께 무안공항에 도착한다고 해 아내를 데리러 나왔는데 1시간가량 연착된다는 공지를 받았다가 이내 경찰과 소방차가 도착하면서 사고가 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국의 일처리에 답답함을 참지 못한 유가족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가족 이름, 탑승 번호, 유가족 이름, 유가족 번호 등을 적으며 비상 유가족 연락망을 만들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고 여객기 탑승객 다수는 광주 지역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승객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투어를 직접 운영하거나 여행사를 대상으로 모객하는 여행 랜드사인 Y사는 무안~방콕 노선 제주항공 항공기를 전세기 형태로 운영해왔다. 제주항공은 이달 8일부터 무안~방콕 노선을 정기선으로 취항했고 Y사와 지역 여행사 상품을 이용한 승객들이 다수였다.
[무안 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