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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했다고 랜딩기어 안되다니”...기체결함 가능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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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 기체 결함, 짧은 활주로 등이 거론되며, 사고 직전 비행기는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고 목격자들은 오리 떼와의 충돌을 언급하였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고장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비 문제와 기체 이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은 개항 17년 만에 국제선 운항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사고가 발생해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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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와 기체 결함, 짧은 공항 활주로 등이 거론된다.

29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해당 여객기는 사고 직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주의’ 경고를 받았다. 사고 비행기가 오리 떼와 충돌했다는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

사고가 난 무안국제공항이 서해안 철새도래지와 인접해 있다는 점도 조류 충돌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착륙 시 시속 300㎞가 넘는 항공기에 오리 한 마리만 충돌해도 기체에는 5t가량의 순간 충격이 가해진다. 이물질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갈 경우 엔진이 파손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엔진이 고장 나면 엔진과 연결돼 있는 유압계통에도 연쇄적으로 손상을 준다. 유압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항공기 조향장치는 물론 랜딩기어 작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항공기와 조류 간 충돌은 2017년 218건에서 지난해 433건으론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항공기 운항 1만회당 충돌 건수는 같은 기간 2.56건에서 6.90건으로 늘었다. 기후변화로 조류 개체 수가 늘어나고 공항 주변 도시화로 서식지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상자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상자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은 넓은 개활지가 있다 보니 새들이 좋아하는 환경”이라며 “도심 근처에 없고 바다 주변에 위치하니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무안국제공항 인근 갯벌의 연안습지보호구역은 113.34㎢에 달한다. 공항에서는 철새를 쫓기 위해 총이나 폭죽 등을 활용해 새들이 싫어하는 소리를 내거나, 드론을 날리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조류 충돌과 더불어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고 영상에서 랜딩기어 외에 다른 제동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기에는 유압계통이 알파, 브라보 등 2개로 나뉘어 있어 서로 백업이 가능하고 유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동으로 중력에 의해 랜딩기어를 내리는 게 가능하다”며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내릴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거나 기체에 다른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도 “공개된 영상을 보면 조류 충돌로 한쪽 엔진이 고장 난 것으로 보이는데, 엔진 하나에 문제가 생겼더라도 비행기가 이 정도로 조종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고 기종인 737-800은 세계적으로 수천 대가 운영되고 있는 보잉의 베스트셀러로, 신뢰도가 높은 항공기라는 평가다. 이번 사고기 기령도 15년으로, 길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의 고질적인 정비 역량 부족과 비용 절감 이슈가 겹치면 기체 이상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정비 문제로 항공기 지연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대형 사고 전 발생하는 경미한 사건들을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무안국제공항이 정기 국제선 운항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항의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 개항 17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항공이 지난 8일부터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일본 오사카·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길이는 공항의 해발고도, 평균기온, 운항 항공기의 종류와 무게 등에 따라 일반적으로 보잉 737 등 중형 항공기의 경우 2000~3000m로 설계한다.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00m다. 이에 따라 무안국제공항은 총사업비 492억원을 들여 3160m로 활주로 연장 사업을 진행해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종원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활주로 길이를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전에도 사고 항공기와 유사한 크기의 ‘C급 항공기’를 운항해 왔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3700m, 김포국제공항 3600m와 비교하면 짧지만 대구국제공항 2755m, 청주국제공항 2744m보다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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