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충돌 우려되는 상황…제일 우선은 시민 안전”

보수단체의 시위에도 매진됐던 가수 이승환의 구미 공연이 취소됐다.
23일 구미시에 따르면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인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긴급 입장문’을 발표한다.
구미시는 지난 주 이승환 측에 안전 문제 등을 협의하며, 비공식적으로 콘서트 취소 가능성을 알렸다고 밝혔다. 콘서트 대관 취소 절차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 안전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콘서트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 같다”라며 “제일 우선은 시민 안전”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승환이 구미에서 공연을 연다는 소식에 일부 보수단체가 ‘이승환의 탄핵 축하 공연 구미시는 즉각 취소하라’라는 항의 현수막을 게재했다. 특히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13개 보수단체는 지난 19일 경북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 콘서트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승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데뷔 이후 35년 만에 갖는 첫 구미 공연인데 안타깝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공연으로 만들겠습니다”라며 공연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22일 오전에는 ‘이승환, 경북 구미 보수 세력 콘서트 반대 움직임에도 사실상 매진’이라는 제목의 기사 사진을 올리며 “감사합니다.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이라고 썼다.
전날에는 법무법인을 통해 “콘서트에 참석할 팬들께서는 인근에서 예정된 집회 시위에 일체 대응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구미 공연 참석 관람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알려 달라. 피해 복구를 위한 법적 절차를 담당하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촛불행동에 1213만원을 기부한 이승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하루 전날인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탄핵촛불문화제’ 무대에 올라 덩크슛 가사를 개사해 “주문을 외워보자, 내려와라 윤석열. 내려와라 윤석열”이라고 외쳤다.
이날 “2016년 박근혜 퇴진 집회, 2019년 검찰 개혁 조국 수호 집회 이후 다신 이런 집회 무대에 안 설 줄 알았다. 노구를 이끌고 또 다시 참석하게 돼 심히 유감”이라고 밝힌 그는 “그럼에도 이 무대에 또 서게 된 건, 제 나이쯤 되는 사람들 중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다.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앞으로 제가 이런 집회 무대에 서지 않아도 되는, 피 같은 돈을 기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