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직접 나가는 尹대통령
광장세력 손잡고 인정 투쟁
마지막 뒷모습 되지 않기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1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https://pimg.mk.co.kr/news/cms/202412/20/rcv.YNA.20241214.PYH2024121411820001300_P1.jpg)
8년 전, 2017년 겨울의 거친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거리. 국민 대다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고 기억하지만, 현장 기자로서 광장에서 마주했던 현실의 끝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발표된 날, 서울 곳곳에서 집회도중 감정이 격해지며 예상치 못했던 불의의 사고로 3명의 생명이 사라졌다. 기자와 경찰관에 대한 폭행도 일어나 민주적 절차라는 성과에 상처를 남겼다.
시간이 지나 두번의 정권 교체 후 대한민국은 다시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 의한 탄핵이라는 결말을 받고 직무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직접 출석하고 생중계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헌재가 탄핵심판 과정 생중계는 하지 않기로 했지만 윤 대통령은 직접 출석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있다. 용산서 한때 했던 도어스테핑이 헌재 도어스테핑으로 바뀌고 법정에 서서 논박하는 장면은 어떤 효과를 일으킬까.
그 장면은 탄핵절차를 완결하는 헌법적 책임의 완성인가, 아니면 ‘계엄은 정당했다’는 인정투쟁이 될 것인가. 비상계엄 포고문과 해제 이후 윤 대통령의 항변을 볼 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국민들이 내가 옳았음을 알게 될 것”이라는 인정투쟁 쪽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현직 대통령의 헌재 출석은 단순한 법적 방어를 넘어 정치적 퍼포먼스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현직 대통령이 직접 재판정에서 거대 야당을 겨냥한 변론에 나선다면 극성 지지파를 결집시킬수 있겠지만, 전체 국민에게는 또 다른 갈등 불씨가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 후 헌재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고 고개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 비이성적 루머와 과도한 법리에 억울할 부분도 많았지만 모든 돌멩이를 몸으로 맞아냈다. 친박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갈등을 키우려 했지만 호응하지 않았다. 당시 측근들에 따르면 “국민이 나로 인해 더 불편해 지는 것이 싫다”는 게 박 전 대통령 바램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회 탄핵결정 이후 헌재 심판때 까지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황교안 전 총리 등 소위 ‘태극기 우파’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어 촛불시민들과 대립하며 국론분열이 극에 달했고 인명사고까지 생겼다.
윤 대통령이 헌재 심리에 직접 출석해 도어스테핑 생중계까지 이뤄지고 ‘반국가 세력’ 처단을 공포했던 계엄령 정당성을 반복 설파한다면 결국 광장과 손잡고 불을 지피는 격이다.
‘너는 틀리고 내가 맞다’는 식의 인정투쟁이 사회를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 우리는 계엄사태 전부터 수차례 경험했다. 특정 진영의 분노를 부추기고 극단적 갈등을 조장하는 과정에서, 좌파와 우파 모두 내부에서 극단주의를 키웠다. 서로 적대감 속에서 분열은 점점 더 깊어졌고,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증오와 선동을 일삼는 화살촉집단 같은 유튜버들은 돈을 쥐었고 이번 계엄사태와 같이 그 대가는 국민이 치렀다.
윤 대통령의 인정투쟁 과정이 대중의 갈등과 반목을 키우고 혹시 모를 유혈사태로 이어지면 조기대선을 치뤄야 할 운명에 놓인 보수진영에도 큰 짐이다. 윤 대통령이 법에 보장된 자신의 방어권은 충실히 행사하되 헌재 심판이 오로지 법리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스스로 정치적 논란 중심에 서는 선택을 피했으면 한다.
반지성·반이성과 싸움을 말하던 대통령의 뒷모습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유튜버’와 연대로 귀결되지 않길 바란다. 한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바랬던 국민이라면 같은 마음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