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한전 손해배상 책임 일부 인정

2019년 강원도 고성·속초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산불에 대해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일부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정부·지자체에 27억여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전에 명령했다.
춘천지법 민사2부(부장판사 윤경아)는 정부와 강원도·속초시·고성군이 한전을 상대로 낸 약 3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신주 하자와 산불 발생, 그로 인한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도 정부 측이 제출한 재해 대장에 쓰인 피해액만으로는 손해액이 모두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정부 측 소유가 아닌 공공시설물까지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할때 정부 측 손해는 강풍 등 자연력과 한전의 전신주 설치상 하자가 합쳐져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것이라며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차원에서 한전의 손해배상책임을 정부 측이 입은 손해의 4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9억2000여만원, 속초시에 16억7000여만원, 고성군에 1억4000여만원 등 총 2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한전에 명령했다. 강원도가 주장한 7억1000여만원의 피해는 전액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정부 측은 “한전이 전신주의 설치·관리 과정에서 사회 통념상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로 인해 산불이 발생했다”면서 2022년 4월 공공시설물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한전 측은 “전신주에 설치상 하자가 없다”면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규모가 정부 측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고 맞서왔다.
이재민들은 이와 별개로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여 최근 대법원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 법원은 주택·임야 등 분야별 전문감정평가사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감정액의 60%인 87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이재민들에게 지급하라고 한전에 명령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일부 이재민의 피해 인정 금액을 늘렸다.
이재민과 한전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추가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2019년 4월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은 순간최대풍속 32m의 강한 바람을 타고 주택가로 퍼져나가, 1000여 명의 이재민, 1227ha의 산림피해를 냈다. 전체 피해 규모만 750억 원에 이른다.
한편, 정부가 이재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우선 지원한 뒤 한전을 상대로 청구한 구상권 소송은 지난 6월 한전 승소로 마무리됐다. 정부 측이 2심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며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