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시 자치구 행복 1위 뽑혀
주민참여 효도밥상 인기에
인근 구의 어르신들 이사오기도
남은 임기 2년여 동안 중점 과제로
저출생과 경력단절 여성문제 꼽아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어르신·장애인·아이에 대한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해야 합니다.”
지난 10일 박강수 서울시 마포구청장은 서울 마포여성동행센터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행정 서비스 기본이 이같은 대국민 복지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박 구청장은 지난 2022년 7월 취임한 뒤 2년여간 해당 서비스 제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같은 노력은 구민들의 행복지수로 증명됐다. 지난 6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3년 서울서베이 조사 결과, 마포구가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행복 지수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도 10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개과천선한 수준이다. 박 구청장은 “구청장으로서도 최고의 행복이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올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관 ‘한국장애인인권상’, 보건복지부 주관 ‘장애인복지사업 우수 지자체’, 대한노인회 주관 ‘노인복지대상’,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주관 ‘복지구청상’ 등 관련 상을 싹쓸이했다.
대표적인 ‘박강수표’ 정책을 하나 꼽아달라고 하자, ‘주민참여 효도밥상’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주민참여 효도밥상은 하루 한 끼 영양 잡힌 식사를 어르신들께 제공하는 것으로, 소득이 많든 적든 75세 이상 구민이라면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7찬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 고립감을 해소하고 혈압·당뇨 등 건강검진과 법률, 세무상담도 연계해주는 원스톱 노인복지 서비스다. 평소 오시던 어르신이 어느 날 오지 않으면 전화하거나 방문해 안부도 확인한다.
박 구청장은 “전국적으로 많은 기초자치단체가 벤치마킹을 오고 있는데 막상 하기는 어렵다”면서 “나라의 예산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구민들의 후원금으로 밥상을 차리고 운영비 정도만 구에서 지원하는 주민참여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주민참여 효도밥상은 우여곡절 끝에 제도화됐다. 서울시는 지원 불가 입장을 밝혔고 마포구의회는 관련 예산을 삭감해버리며 예산의 도움을 받기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년6개월만에 약 16억원의 후원금이 몰린 것이다. 지방에 사는 딸에게 효도밥상을 자랑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딸이 조의금을 후원금으로 냈고, 혼자 사시는 또 다른 할머니는 전 재산을 사후 기증하기로 했다. 유치원생들은 코 묻은 돈을 모아 내놓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최근에 효도밥상 때문에 마포구에 살고 싶다는 어르신들이 많고 실제 효도밥상을 이용하는 어르신을 따라 인근 지역에서 이사 오신 어르신도 계신다”며 귀띔했다.
마포구는 매일 1600여명에게 제공 중인 효도밥상을 내년에는 40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누구나 운동센터’를 조성했고 장애인의 문화 예술 접근성 향상을 위한 ‘누구나 문화창작소’와 발달장애인 주간 보호시설인 ‘누구나 동행하우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처음에 장애인 운동센터를 만든다고 하니 사람들이 반대하고 시위하는 등 난리가 났다”면서 “그래서 이름을 ‘누구나 운동센터’로 바꿨더니 반대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장애인이라는 이름을 덜 쓰고 ‘누구나’라는 이름을 많이 쓴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럼에도 김대중 대통령 사저 사업에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지난달 서울시 문화유산보존과에 정식으로 동교동 사저 문화재등록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3일에는 사저 보존 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박 구청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동교동 사저 매입 방안과 보존 방법”이라면서 “국-시-구비 매칭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국가가 보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 과제로는 저출생과 경력단절 여성문제를 꼽았다. 특히 마포구 합계출산율은 1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색 때문에 올해 0.48로 서울시 가운데 4번째로 낮다.
박 구청장은 “경력 단절이 두려워서 출산을 안 하는데 그런 여성들을 위해 창업이나 취업을 할 수 있는 교육을 많이 시켜주고 아이를 키우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려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저출생 정책으로 ‘베이비시터 하우스’를 연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아이를 편하게 맡기고 자유롭게 데려갈 수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마포구보건소에 임신 준비부터 출산 양육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햇빛센터를 열었으며 햇빛센터에는 비혼모를 위한 ‘처끝센터’도 운영 중이다. ‘처끝’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포구가 돕겠다는 의미이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경제상황을 고려해 마포구 상권의 활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마포순환열차버스도 내년 1월 도입한다.
박 구청장은 “홍대 레드로드를 포함해 합정·망원·연남 등 소상공인 자영업 비중이 높은 마포구의 경우 경기 여파를 더 크게 받는다”면서 “현재 레드로드로 시작한 상권 활성화 사업이 좋은 성과를 얻고 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남은 임기 계속해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부분이 ‘지역 경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