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만족은 없다”…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최경주 인터뷰
![최근 서울 용산구 최경주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최경주가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충우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411/28/news-p.v1.20241121.2578eb87fbe2429f8e3957f4e6f12bfc_P1.jpg)
‘GO’를 외치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
프로 골퍼로서 30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최경주(54)는 “여전히 배고프다”고 말한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메이저 대회 더 시니어 정상에 오른 그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최경주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이 정도면 됐다, 난 할만큼 했다’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멈추는 순간 은퇴라고 생각해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GO를 실천하고 있어요. 첫 번째 걸음을 내딛는 게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쉬워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고 도전하고 부딪쳐야 합니다.”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한 최경주는 올해 프로 골퍼로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시즌 때와 동일하게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옵니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열매는 준비된 자만이 맛볼 수 있죠. 어떤 상황에서도 파(Par)를 잡아낼 수 있는 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었어요. 만약 내가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면 ‘K.J CHOI 아일랜드’에 공을 살려놓은 하나님의 인도에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을 겁니다.”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뒤 기뻐하고 있는 최경주. [AFP=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411/28/news-p.v1.20241127.0c94b8adf84d47419109f3dd949e3cc6_P1.jpg)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 진출한 최경주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통산 8승을 차지했다. 2020년부터는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경쟁하는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2021년 한국 선수 최초로 정상에 오른 그는 올해 메이저 챔피언으로 거듭났다.
또래 중장년층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젊은 세대에게는 동기를 부여하는 아이콘이 된 그는 “앞으로도 내 사전에 만족과 대충이라는 단어는 없다. 매년 발전하는 프로 골퍼 최경주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부딪치고 도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한 한해를 보낸 그는 다음달부터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올해 점수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
▷100점짜리 시즌은 없다. 그래도 95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시즌에 앞서 세웠던 모든 목표를 달성한 건 올해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그럼에도 95점을 준 이유는 다음 시즌을 위해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점 더 높은 96점짜리 시즌을 만들어보겠다.
―프로 골퍼로서 30년을 꽉 채웠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한해는 언제인가.
▷단 한 번도 만족했던 적이 없다. 항상 나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훈련을 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잠깐이라도 놀면 남한테 잡힐 것 같은 느낌이 항상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지금도 만족을 모르고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는 것 같다.
―최경주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노력의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
▷부담과 불안이 다른데 샷과 퍼트를 하기 전에 불안한 감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 사람마다 그 기준점이 다른 만큼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나같은 경우에는 골프를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남들보다 연습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체력과 정신력 등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충분한 훈련이 안 돼 있다는 것이다. 노력의 시간이 부족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스윙과 다양한 구질 구사 등 기술적인 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해준 조언은 무엇인가.
▷연습 시간과 스윙 등 나만의 기준이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 비제이 싱은 하루에 2000개를 쳐야 컨디션이 유지되는 반면에, PGA 투어 통산 8승의 제프 오길비는 하루에 50개 밖에 연습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준점이 다르다.
―50대 중반이 되면 직장에서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또래 중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GO’가 중요하다. 가라를 의미를 담고 있는데 어디론가 가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삶 속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무조건 GO를 해야 한다. 육체가 움직여야 생동력이 생긴다. 일단 도전하고 부딪쳐야 새로운 답이 나올 것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시도를 해야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달해 후배를 양성할 수도 있고 제2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프를 늦게 시작했지만 세계 최고가 됐다. 출발이 늦은 사람들에게 격려 한 마디 부탁한다.
▷꾸준하면서 성실하고 자만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부딪치면 언젠가는 원하는 결실을 맺게 된다. 주변을 보면 ‘저 친구는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되면 분명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먼저 움직이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뒤 포효하고 있는 최경주. [사진=KPGA]](https://pimg.mk.co.kr/news/cms/202411/28/news-p.v1.20241127.1c2ea1d49d2345ff870d8ced68181b66_P1.jpg)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긴 시기는 언제인가.
▷골프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 건 군대를 다녀온 1992년이다. 마음이 홀가분하고 전역 후 3개월 뒤에 라운드를 나갔는데 라이프 베스트인 67타를 쳤다. 지금은 없어진 서산의 한광 연습장에서 일했을 때다. 한 번도 못 쳐봤던 60대 스코어를 4일 연속으로 친 뒤로 엄청난 자신감이 생기게 됐다. 이때가 내 골프 인생의 꽃이 피기 시작한 시기인 것 같다.
―실수가 나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
▷보기를 하면 더블 보기를 안해서 다행이다. 1m 퍼트를 하기 전에는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어드레스에 들어간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고 빠르게 잊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술과 담배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절제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인가.
▷KPGA 투어를 누빌 때는 하루에 담배를 3갑씩 폈었다. 미국 진출 초기에 담배를 안 피면 거리가 더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끊었다. 술을 마시지 않게 된 건 2018년 갑상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2022년부터는 탄산 음료와 커피 등도 마시지 않고 몸에 좋은 음식만 섭취하고 있다.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내는 데 절제하는 삶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로 골퍼 최경주로서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는 습관이나 루틴이 있는가.
▷우선 생활을 잘해야 한다. 몸을 혹사시키면 안 된다. 다음은 기본기다. 기본을 무시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올렸던 모든 게 무너지게 된다. 그립과 스윙궤도 등을 비시즌에도 매일 체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분 이상의 러닝과 스쿼트 120회, 푸쉬업 30회, 악력기 20회 등도 하루도 빠짐 없이 하고 있다. 골프를 잘 치고 싶어 단식부터 여러 가지를 해봤는데 지금은 내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집중해서 하고 있다.
―67세에도 PGA 투어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베른하르트 랑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PGA 투어 챔피언스 선수라면 누구나 랑거를 롤모델로 생각한다. 우리끼리 모이면 랑거처럼 해야 잘 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랑거는 지금도 라운드 3시간 전에 나와서 스트레칭 등 정해진 운동을 최소 40분간 매일 하고 있다. 나도 관리를 잘하면 67세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도 랑거처럼 누군가에게 도전 의식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듀크대에서 골프 선수로 활약 중인 아들과 PGA 투어를 함께 누빌 수 있을까.
▷아들은 내가 50세가 넘어서도 프로 골퍼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특별한 힘을 주는 존재다. 살다보면 연습하기 싫고 쇼파에 누워있고 싶은 날이 정말 많다. 그럴 때 아들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연습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만큼 아들과 함께 PGA 투어를 누비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2008년 최경주재단을 설립했다. 멋지게 성장한 재단 출신 꿈나무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처음 재단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 만류하는 분이 많았다. 아내와 메인 스폰서 SK텔레콤 등 주변의 도움으로 재단을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었다. 힘든 것보다 아이들을 통해 배우는 게 더 많다. 프로골퍼 외에도 지도자와 공부로 성공한 아이들이 정말 많다.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모범을 보이는 이사장이자 프로골퍼 최경주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골프를 인생에 비유했을 때 현재 몇 번홀에 있는 것 같은가.
▷15번홀 티박스에서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낸 뒤 첫 걸음을 내딛은 기분이 든다. 많은 홀이 남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한 샷, 한 샷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마무리도 멋지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하고 싶다. 하지만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만큼 현재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PGA 투어 챔피언스 올해의 선수와 함께 찰스 슈와브컵 1위를 차지해보고 싶다. 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상상을 하고 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95점이었지만 언젠가는 꼭 스스로에게 100점을 줄 수밖에 없는 시즌을 만들어보겠다.
△1970년 전남 완도 출생 △1993년 KPGA 입회 △프로통산 31승(한국 17승, 일본 2승, 유럽·아시아 각 1승, PGA 투어 8승, PGA 투어 챔피언스 2승) △2002년 한국인 최초 PGA 투어 우승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2020년 도쿄 올림픽 골프 남자부 한국 대표팀 감독 △2024년 KPGA 투어 최고령 우승(54세) △2008년~ 최경주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