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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먹구름' 몰려와도 3개의 길 뚫어 전진하라

입력 : 
2024-11-27 16:45:42
수정 : 
2024-11-27 16: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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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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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마가(MAGA),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걸고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국은 트럼프 1기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 여파에 대한 걱정에 휩싸여 있고, 이는 최근 증시의 큰 폭 하락 및 원·달러 환율의 대폭 상승에 반영됐다. 대중 관세의 추가 인상, 보편 및 상호주의 관세 도입 등을 천명한 만큼 1기 때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이 기록적 대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경제를 겨눌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의 중심일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등 친환경 및 온쇼어링 정책에 담긴 각종 보조금의 축소 혹은 폐지가 그동안 공격적인 대미 투자를 진행해온 한국 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의 원인일 것이며, 방위비 증액 협상과 함께 진행될 수 있는 안보 불안의 증가 또한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이러한 트럼프 2기의 도전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첫째, 정부와 기업들은 지난 5년간 진행된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 러시(rush)가 미국 내 많은 제조업 일자리를 만들었고, 같은 기간 대폭 확대된 대미 무역흑자는 이러한 투자의 부산물임을 강조하며 미 행정부, 의회, 언론을 상대로 한국과의 경제 파트너십이 MAGA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집요하게 설득해야 한다. 둘째, 더욱 불안해질 국제무역 환경 속에서 한국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및 대미 통상 관계의 레버리지 확보를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즉 CPTPP 가입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과잉 공급 여파로 인해 국내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무역위원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첫 번째 제안은 트럼프가 MAGA라는 구호를 기반으로 어떻게 다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배경의 이해에 기반해 있다. 미국 경제는 2000년대 초반 세계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수준은 아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성장해 현재 그 비중이 25%를 훌쩍 넘어서 있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힘든 선진국 경제란 측면을 고려할 때 매우 놀라운 성과이며, 다른 선진국 경제인 유럽연합(EU) 및 일본의 비중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이러한 약진은 더욱 인상적이다. 즉, 미국 경제는 이미 위대하다!

그렇다면 왜 미국인들은 여러 가지 개인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MAGA를 외치는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게 됐을까? 그 이유는 미국 중간층의 주축인 제조업 노동자들이 미국 경제 약진의 과실 향유에서 완전히 소외됐고, 특히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진행된 중국 대미 수출의 급속한 확대가 이미 기술 발전 등을 통해 위축돼 가던 제조업 노동 수요를 급감시키며 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 오토 등이 저술한 2013년 전미경제학회지 논문 이후에 나온 수많은 후속 연구들을 통해 명백히 밝혀진 사실이다.

이들 제조업 노동자의 이해를 효과적으로 대변한 것이 미국 정치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가 중국 때리기를 통해 첫 번째 집권한 가장 큰 이유였고, 노동소득에 의존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발생한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보다 크게 노출됐던 제조업 노동자들, 특히 경합주에 밀집한 백인 노동자들은 여전히 두 번째 집권을 가능하게 한 트럼프의 가장 큰 정치적 우군이다. 따라서, MAGA는 실질적으로 "미국 제조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Manufacturing Great Again·MAMGA)"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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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GA가 장기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미국 무역위원회의 2024년 4월 임원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고용은 2014년과 비교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2022년까지 5.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가 2.3% 증가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미국 내 제조업 고용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시작한 MAMGA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성과를 거두는 데 한국의 대미 투자가 상당한 기여를 한 점을 효과적으로 부각하며, 특히 경합주의 제조업 노동자들과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을 설득해 한국을 미국 제조업 부흥의 파트너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한국 제조업 고용 비중은 0.6% 감소했다.

대미 직접투자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탈중국과 맞물려 2016~2019년 진행된 매년 150억달러 수준의 첫 번째 러시가 있었고, IRA와 CHIPS 등과 같은 미국의 친환경 및 온쇼어링 정책 인센티브 활용을 위해 2021~2023년 진행된 매해 300억달러에 육박하는 두 번째 러시가 있었다. 특히 이들 투자의 상당 부분이 경합주에 집중된 것은 앞서 언급한 설득 노력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2019년 이후 한국의 대미 투자 및 교역의 변화를 살펴보면, 화학 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을 제외한 3대 미국 직접투자 확대 산업이 3대 수출 증가 품목과 2차전지, 반도체, 자동차를 연결고리로 해 밀접히 연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 또한 직접투자의 효율성을 증가시켜 미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제공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대미 무역흑자 증가가 한미 통상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을 저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제안인 CPTPP 가입은 만성적 대일 무역적자의 존재 및 농산물 개방의 어려움으로 인해 결코 그 추진이 쉽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2기의 시작으로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국제통상질서가 실질적으로 붕괴되는 위험에 처한 상황이기 때문에, 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적극적 활용에 경제의 사활이 걸린 한국 경제에 있어서 CPTPP 가입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일반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은 가맹국 간 시장 접근성의 확대가 주목적이며, 이러한 보통의 FTA 가입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의 확보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CPTPP는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하에 놓이게 된 WTO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통상질서의 중심축으로 추진했던 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후 만들어진 협정으로 TPP의 DNA를 상당 부분 이어받고 있다. CPTPP는 2023년 7월 가입을 공식 서명(2024년 12월 15일 발효 예정)한 영국을 포함해 12개국으로 구성된 메가(Mega) FTA로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유화, 단일 원산지 규정, 높은 수준의 서비스 개방 및 투자 규범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국영기업에 대한 비상업적 지원 및 차별대우 금지 조항 등은 CPTPP 가입 추진 시 한국에 관련 통상법 개정을 추진할 기회를 제공해, 세계적 과잉 공급에 대비해 국내 산업 기반을 보호할 대비책 마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한 제조 기술에 있고, 이를 GVC 내에서 효과적으로 구현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및 신흥국을 포함해 다양한 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CPTPP는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멕시코, 베트남과 같은 개도국을 포함한 메가 FTA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GVC상 역할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며, 이러한 협정 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트럼프 2기 동안 진행될 미국의 다양한 통상 압력에 대응하는 지렛대 역할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R&D 지원 강화 및 해외투자의 공격적 유치는 CPTPP 가입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마지막 제안은 세계적 과잉 공급의 여파로 인해 국내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한국 무역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 및 OECD 주요국들의 경쟁적 산업지원 정책이 해당 산업제품의 과잉생산으로 이어지고 있고, 최근 미국 및 EU가 도입을 결정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는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예상되는 대중 관세의 급격한 인상은 미국으로의 수출을 추가적으로 제한해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대규모의 불투명한 지원으로 인한 과잉생산이 관련 제품의 한국 수출로 이어지는 경우 국내 기업이 불공정 경쟁에 노출되는 것을 넘어서 국내 생산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의 보완과 이러한 법안에 근거해 과잉생산 및 불공정 경쟁에서 국내 기업을 적절히 보호하기 위한 한국 무역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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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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