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무죄후 민주당 향배
바닷속 좁쌀 한알 비유하며
"국민 어려움 비할 바 아니야"
무죄 직후 '먹사니즘' 강조해
리스크 가장컸던 재판서 안도
선거법 유죄후 당내불안 수습
사법살인 대여 공세 명분얻어
남은 재판·선거법 2심이 변수
바닷속 좁쌀 한알 비유하며
"국민 어려움 비할 바 아니야"
무죄 직후 '먹사니즘' 강조해
리스크 가장컸던 재판서 안도
선거법 유죄후 당내불안 수습
사법살인 대여 공세 명분얻어
남은 재판·선거법 2심이 변수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고, 제 어려움이야 큰 바닷속 좁쌀 한 개에 불과하지 않겠습니까.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참으로 미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선고가 내려진 직후 이 같은 말로 사법 리스크 돌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피선거권 10년 제한에 해당하는 징역형 판결이 내려지자 민주당 안팎에선 대권가도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만약 이날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도 유죄가 나오면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15일 공직선거법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민주당 의원들은 60여 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집결했다. 오후 1시 50분께 도착한 이 대표는 기다리던 의원들 일부와 악수를 한 뒤 법원 안으로 말없이 들어갔다.
오후 2시 30분께 '위증교사로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 발언이 전해지자 법원 앞에 도열해 있던 의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이들은 서로 "무죄"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선고가 끝난 후 이 대표가 법원 밖으로 나오자 지지자들은 이 대표 이름을 연신 연호했다. 김민석·이언주·박찬대·김태선 민주당 의원 등은 이 대표가 나오자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내심 '가장 위험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던 위증교사 1심이 무죄로 매듭지어지면서 당장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는 민생을 내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날 무죄 선고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은 민주당의 '사법 살인' 프레임이 지지층에서 다시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대 고비로 꼽힌 위증교사 1심 무죄를 토대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민주당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공직선거법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된 후 번지던 내부 불안감도 다잡을 수 있게 됐다.
정부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다시 바짝 죌 수 있게 된 것도 소득으로 꼽힌다. 앞서 민주당은 올 11월을 '김건희 여사 특검의 달'로 정하고 명태균 씨 의혹을 고리로 대통령실을 향한 공세 수위를 바짝 끌어올렸다가 지난 15일 이 대표가 중형을 선고받으며 대여 공세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이날 위증교사 무죄를 재료로 삼아 다시 한번 '김 여사 특검법'의 불씨를 지필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미 선고된 공직선거법의 2심은 여전히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범 재판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1심은 기소 후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원칙대로라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최종 판단이 내려지게 되는데, 1심의 중형을 피선거권 박탈을 피할 수 있는 벌금형 100만원 미만으로 낮춰야 하므로 총력 대응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역시 판결에 따라 대선 선거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당 차원에서 변호사 선임과 율사 출신 국회의원의 조력 등 당력을 총동원할 것을 예고했다. 다만 당이 이 대표의 법률 소송을 본격적으로 대리할 경우 배임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사법 리스크가 아직 절반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은 이 대표 행보에 물리적인 제약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에서는 여전히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FC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대북 송금 의혹 등 3건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현재 서울에서만 일주일에 두세 차례 재판에 나가고 있는데, 수원지법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일주일에 서너 차례 이상 출석할 수도 있다.
[전형민 기자 / 홍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