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블록딜’로 38억 취득한 자산운용사도 기소
![서울남부지검 전경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410/15/news-p.v1.20241015.dc8ebed4f5384d0a9c570479313ead5a_P1.png)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불법적으로 공매도한 혐의를 받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재판에 넘겨졌다. SK하이닉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트려 이익을 취득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도 기소됐다.
15일 서울남부지검 불법 공매도 수사팀(팀장 금융조사제1부 김수홍 부장검사)은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한 글로벌 투자은행 A법인과 외국계 자산운용사 B법인, B법인 소속 트레이더 C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14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소유하지 않은 국내 주식 총 57만3884주를 2만5219회에 걸쳐 무차입 공매도했다. 주문액은 약 183억2261만원에 달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갚으면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다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법이다.
A사 소속 트레이더들은 트레이딩 시스템상 A사 법인 전체의 주식 잔고가 부족한 것을 통지받으면서도 복수의 독립거래단위(AU) 운영을 핑계 삼아 공매도 범행을 장기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AU는 외국 금융투자업자나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법인 내 조직으로, 법규상 법인 전체가 아닌 AU별로 공매도 산정과 판단이 가능하다.
검찰은 “A사는 트레이더들의 무차입 공매도 다음 날 국내 보관은행으로부터 공매도로 인해 잔고가 부족해 주식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속 통지받았다”며 “무차입 공매도가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사실상 소속 트레이더들의 공매도 범행을 용인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에 따르면 외국계 자산운용사 B사는 SK하이닉스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해 합계 35억68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
B사 소속 포트폴리오 매니저 C씨는 2019년 10월 18일 오전 미공개된 SK하이닉스 주식의 블록딜 매수 제안을 받았다. C씨는 매매조건 협의 중 블록딜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 매도스왑으로 SK하이닉스 주가를 8만900원에서 8만100원까지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고 최초 제안가(7만8500원) 보다 인하된 가격(7만7100원)으로 블록딜 매수에 합의했다.
C씨는 단시간에 SK하이닉스 매도물량을 풀어 매수물량을 소진시키거나 매도벽을 쌓는 등의 방식으로 매도세를 형성해 주가를 하락시킨 다음, 현 시점 주가로 연동된 블록딜 가격을 낮춰 32억2000만원의 이익을 취득했다. 또 SK하이닉스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한 다음 블록딜 매매를 통해 미리 확보해 둔 저가의 주식으로 되갚아 3억4800만원의 이익을 취득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C씨의 행위가 미공개된 블록딜 정보, 시세조종성 대량 매도스왑 주문, 시세차익을 노린 무차입 공매도 등 부정한 수단과 기교라고 판단했다. 이에 C씨와 C씨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B사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기소했다.
국내 금융시스템상 개인 투자자는 원천적으로 무차입공매도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외국계 금융사는 국내 금융시스템의 제약을 받지 않아 대규모 자금을 통해 불법적 공매도를 자행해 국내 개인 투자자의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이 사건은 국내 주식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야기한 외국 금융투자업자와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이 엄정하게 적용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피고인들에게 불법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도 불법 공매도를 비롯해 자본시장의 공정과 신뢰를 훼손하는 금융·증권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