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목적이면 상줘야” 궤변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해
유족들 “사과 한마디도 없어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해야”
![‘일본도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가 9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 가해자 신상공개 진정서와 엄벌탄원서 제출했다. [사진=뉴스1]](https://pimg.mk.co.kr/news/cms/202409/10/news-p.v1.20240909.46cea804ca674bb8914aea9c7db34e60_P1.png)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 사건’ 피해자의 유족이 가해자 백모씨(37)에 대해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소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9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사건 발생 두 달이 조금 넘는 시점에서 그간 가해자의 만행이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점에 대해 유족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가해자 백씨는 지난 7월 29일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온 40대 남성을 총길이 1m가 넘는 일본도로 10여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5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특정중대범죄로 판단될 경우 검사의 청구를 통해 신상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 앞서 유족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신상 공개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했지만 경찰 등은 ‘피해자 가족의 2차 가해 방지’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한 바 있다. 이에 유족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신상정보 공개를 재차 촉구한 것이다.
대리인에 따르면 현재 유족은 ‘참담한 심정’을 갖고 극심한 고통 속에 살아간다고 한다. 유족은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안녕하세요. 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 유족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엄벌탄원서 작성을 부탁했다.
해당 글에서 피해자의 아내는 “남편이 들고 나간 핸드폰 메모장에는 자폐 진단을 받은 둘째 아이의 발달을 위해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에 관한 정보가 빼곡했다”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뉴스 기사를 들을 때 마다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고 전했다. 이어 “언젠가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빠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꼭 강력한 최고의 엄벌이 내려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법률사무소 빈센트는 9713명이 동참한 백 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도 함께 검찰에 제출했다.
백씨에 대한 엄벌탄원서가 순식간에 1만장 가까이 모인 배경에는 백씨와 백씨 부친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있다. 가해자 백씨의 아버지라 추정되는 특정 ID는 백씨 관련 기사에 ‘대의를 위한 (살인)’ ‘범행동기가 사익이 아닌 공익이라면 국가는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총성 없는 전쟁영웅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건강한 청년이다’ 등의 댓글을 연이어 달았다.
유족 측은 백씨의 아버지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이날 오전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대리인에 따르면 해당 이용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가해자 백씨의 행위를 옹호하는 댓글 약 52개를 달았다.
남 변호사는 “작성자가 동일한 아이디를 사용했고 댓글 내용을 살펴봤을 때 가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사회생활 등을 구체적으로 적은 내용을 발견해 가족이나 지인으로 추정했다”며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아버지 백씨가 아들이 한반도 전쟁과 중국 스파이를 막기 위해 사건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아들 백씨가 경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줄곧 주장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남 변호사는 “현재까지 가해자의 가족 또는 가해자 측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합의 의사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한편 백씨는 지난 4일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백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 일반 형사재판으로는 심신장애 혹은 자신의 범행 동기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검찰은 백씨의 범행을 심신미약 범행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이상동기 범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백씨의 망상이 범행 동기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봐 ‘심신미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