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집행정지 '기각'
법원, 정부정책 타당성 부여
대학 자율조정 필요성 인정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동의"
여론조사서 10명 중 7명 응답
한덕수 "의료개혁 고비 넘어"
중증·필수의료 강화논의 속도
법원, 정부정책 타당성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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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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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필수의료 강화논의 속도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배상원·최다은)는 16일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와 회의록 등을 바탕으로 의대 2000명 증원과 대학별 배정이 적합했는지를 집중 점검했는데, 의대 증원을 그대로 추진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하며 정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더 이상 의대 증원에 대한 제동 장치는 없어진 셈이다. 이로써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차의과학대를 제외하고 1469명 늘어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를 열고 사법부의 현명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 있지만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며 "의료계 집단행동이라는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여전히 있지만 정부는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국정과제로 삼고 구체화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당시 정부는 고령화 시대에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충족하고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의료인력 확충, 수가 인상, 비급여 시장 개입 등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 의사 배출은 지금 당장 추진해도 10년이 걸리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급성을 고려해 별도의 의대를 설립하기보다 기존 의대에 추가 정원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지난 2월 6일 향후 5년간 2000명씩 총 1만명을 늘리겠다는 안을 확정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은 데다 필수·지역의료 붕괴는 배분의 문제이기 때문에 증원이 필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존에 의대 증원을 찬성하던 일부 의사들도 2000명은 과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지난 2월 19일 시작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교수들의 개별 사직, 휴진 등으로도 정부 정책을 막을 수 없게 되자 의료계는 '2000명에 근거가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현재 의료계가 원고로 즉시항고한 사건은 총 7개다. 이 중 1건은 이날 원고 측 기각으로 결정이 났고, 나머지 6건은 다음주에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이 지배적인 만큼 의료계 집단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앞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8.7%를 차지했다.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5.7%에 달했다. 해당 응답률은 20대(68.3%)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 대해 한 총리는 "법원 결정으로 일부 의대 교수들이 일주일간 휴진을 예고했지만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관행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의료계가 전면 백지화 입장을 떠나 논의의 장으로 나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개특위를 중심으로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등을 꾀할 방침이다. 특히 전공의 수련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해 이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한 총리는 "전공의들이 과로에 시달리지 않고 충분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은 의개특위 4대 과제 중 하나"라며 "의료개혁은 내년도 예산의 최우선순위인데 이제라도 전공의들이 병원에 복귀해 정부를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