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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내 조상님이 강남 땅부자?”…명절에 흘려들었던 소문 확인해볼까

박재영 기자
입력 : 
2025-10-09 05:55:50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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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 찾기는 명절 연휴에 대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법적 문제와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동안 소실된 서류로 인해 토지조사부와 등기부의 명의인이 다를 경우가 많아, 후손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누구나 국가기록원을 통해 토지조사부를 열람할 수 있게 되어, 조상 땅 찾기가 단순한 재산 회복을 넘어 단절된 역사를 되찾는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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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증명 토지조사부, 누구나 열람가능
소승 등 절차 거쳐 승소땐 반환도 가능해
압구정에서 하얗게 피어난 배꽃 사이로 바라본 한강.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출처=압구정향우회 제공·강남구청]
압구정에서 하얗게 피어난 배꽃 사이로 바라본 한강.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출처=압구정향우회 제공·강남구청]

“사실 우리 할아버지가 땅 부자였다.” “할머니가 이웃에게 맡겨둔 땅이 있다는데 찾을 수가 없다.”

명절 연휴 일가친척이 모여 담소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화두 중 하나가 조상 땅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단순한 대화 소재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8일 부동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서류가 소실되거나 뒤엉켜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땅들이 존재한다.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이후 일제는 세금 확보와 토지 통제를 위해 토지조사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문서 중 하나가 토지조사부이며 지금까지도 보존돼 있다. 이 토지조사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토지대장이 편성됐고, 이후 등기제도가 정비되면서 토지의 소유권이 등기부에 등록됐다. 토지조사부는 공적 장부로, 법원이 소유권 판단의 근거로 삼는 주요 근거자료다.

‘나도 모르는 조상 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전쟁을 겪는 동안 상당량의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이 소실됐는데, 이에 따라 등기부등본상 명의인과 토지조사부에 기재된 명의인이 다른 경우가 발생했다. 실제로 등기부등본상 명의인이 소유권 취득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해 법원이 등기의 효력을 부인하고 토지조사부 명의인 후손의 소유권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또 종중 소유의 공유 토지가 토지조사부에는 직계 조상 개인의 명의로 기록됐을 가능성도 있다. 제사나 묘역 관리 등을 위한 공동체인 종중 소유의 땅을 과거 일제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종중의 대표자 등 소수 인원의 명의로 토지조사부에 기재했다. 이후 도시화와 함께 종중이 해체되고, 조상 명의의 땅이 토지조사부에 기록됐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고향을 떠난 후손들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한복판에도 이처럼 방치된 땅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조상 땅 찾기 소송이 항상 승소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토지조사부 기록을 근거로 등기보다 우선해 소유권을 판단할 수도 있지만 소송에는 복잡한 법적 쟁점이 뒤따른다. 특히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면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 등기부취득시효는 부동산 소유자로 등기한 사람이 10년간 본인이 해당 토지의 진정한 소유자인 것으로 생각하면서 실질적으로 점유했다면, 실제로는 등기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실제로 후손이 조상 땅을 찾았으나 이미 정부가 소유자 불명 토지로 간주해 국유재산으로 제3자에게 매도한 상태였고,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돼 패소한 사례도 있다. 다만 법원은 이 과정에서 정부가 토지조사부와 토지대장 등 공적 장부를 제대로 확인했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김찬우 법무법인 아이에이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전문가만 볼 수 있었던 토지조사부를 이제는 누구나 국가기록원을 통해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조상 땅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한 재산 회복을 넘어 단절된 역사의 한 조각을 되찾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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