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 측, 회담 시작 전 결렬 가능성 알려
한 후보 측 “시간 촉박한 가운데 아쉬운 결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일대일 담판은 75분 내내 겉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조율없이 후보 두 사람이 직접 만나 각자의 주장만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대화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 후보는 11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하기 어렵다며 25일까지 시간을 늦추자고 제안하고, 한 후보는 조기 완료를 거듭 주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후보는 회동 직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기 실패하면 불출마하겠다며 배수진까지 쳤지만 일단 소득없이 물러났다. 국민의힘 지도부만 바라보는 처지가 된 것이다. 김문수 캠프 측은 회동이 시작되자 기습적으로 지도부가 이미 결렬을 예상했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시작부터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한덕수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한 후보가 ‘배수진’을 치기로 결심한 시점은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후보 간 ‘술래잡기’가 벌어지는 과정을 목도한 뒤였다고 한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대구 유세 일정을 소화하던 중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대구로 향하자 원래 1박2일이었던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 소식을 접한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도 대전에서 내려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한 후보 역시 김 후보를 좇아 대구로 향하려 했지만 이를 취소한 바 있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고 주변에 “내가 나쁜 정치문화를 없애려고 출마했는데 줄다리기 같은 걸 하겠나. 난 그런 정치문화 답습할 생각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는 이날 정오를 지난 시점에서 캠프 관계자들에게 직접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의 결정에 캠프 관계자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한 후보는 이날 김 후보와 만나기 1시간30분 전 캠프 사무실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며 “투표용지 인쇄 직전까지 국민을 괴롭힐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결연한 표정으로 이날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으로 입장했다. 그러나 김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전 의원이 나서 결렬 가능성을 미리 끌어올렸다.
김 전 의원은 김 후보가 입장한 뒤 밖으로 나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을 찾아가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회담이 결렬될 것’이라며 내일부터 다시 후보 선거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의원은 이어 “그게 사실이라면 당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이 원하는 대통령 선거의 모습은 어떤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듯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만남도 시종 ‘수박 겉핥기’로 진행됐다. 실제로 이날 만남에서 단일화 시한이나 방식 등 핵심 사안에 대한 공감대는 전혀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후보 측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려 했던 반면 김 후보 측은 사실상 조기 단일화에 동의하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렸다는 얘기다.
한덕수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는 단순히 두 사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당원과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인데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한 후보는 이날 1호 공약으로 부총리급 ‘인공지능(AI)혁신전략부’를 신설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AI,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산업진흥 기능 등을 한데 모아 혁신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윤기찬 한덕수캠프 정책대변인은 이날 공약을 발표하며 “AI 기능을 체계적으로 통합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주요 5개국(G5)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처 장관이 ‘AI 부총리’를 겸임하게 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