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차원에서 확보 힘든 정보도
韓美 의회 간 교류통해 얻을수 있어
의원 간 직접교류, 상임위 소통 필요
양국 보좌진 간 교류도 중요한 자산
![28일 오후 서울 고려대 상암정경관에서 열린 한국정당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서정건 정당학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03.28[이충우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42830f9c9f7a40d29b791a792ec53afa_P1.jpg)
한국이 미국 에너지부(DOE)에 의해 민감국가로 지정되면서 정부의 대미외교 역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간 의회교류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미국 행정부가 비밀로 관리하는 정보도 미 의회의 담당 상임위원회는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착안한 주장이다.
따라서 의회교류 활성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우선 한미 의원들 사이 공식적인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양국 의회의 상임위끼리 소통 채널까지 구축돼야 하며, 나아가 장기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의원 보좌진들끼리의 직접 교류도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트럼프 2기 초반 의회를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이 남발되고 있고, 미 의회 상하원 모두 미국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이지만 관세 부과를 제외한 경제 안보 관련 압박을 위해선 미국도 의회 입법이 필요한 만큼 의회교류 확대가 또 하나의 외교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정당학회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오후 서울 고려대학교 상남정경관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초당파적 한국 외교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한국정당학회 춘계학술회의를 개최했다. 강명훈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국회의 대미 의회외교 전략’ 주제 발표 이후 매일경제신문의 민감국가 관련 물음에 의회교류가 민감국가 지정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파악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미국 행정부 내 정보들을 미국 의회를 통해서는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과 같이 의회 상임위는 담당 정부 부처의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는데, 미 에너지부를 담당하는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교류가 있었으면 귀띔을 해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산업 등 분야 압박에 대해서도 의회교류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경제 안보 관련해서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조치는 법안의 형태로 미국 의회에 제출이 된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미 의회가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최소한 미국에 어떤 입법 움직임이 있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 고려대 상암정경관에서 열린 한국정당학회 춘계세미나에서 ‘국회의 대미의회 외교 전략’ 관련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5.03.28[이충우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3/28/news-p.v1.20250328.05872662c4154166a5a31592141ae2d2_P1.jpg)
물론 외교부는 주미대사관과 로비스트들을 활용해 미국 의회와 교류하고 있다. 다만 주미대사관이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은 한정적이며, 현지 로비스트 사용은 태생적으로 ‘주인-대리인 문제’가 있다. 로비스트들이 우리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있다는 의미다. 또 로비스트들은 교체될 경우 노하우 등이 전승되지 않는다.
의회교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한미 간 의원 연합체가 제시됐다. 최근 한국에서 한미의원연맹이 출범했지만, 앞으로 미국 의원들을 포섭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강 교수는 우선 미국 의원들 중 지역구에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든지 한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들을 공략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상임위 간 교류와 협력 제도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 교수는 “양국 상임위가 정기적으로 한번씩 만나서 주요 어젠다를 세팅하고 토론하며 양국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며 “조율된 법안을 이끌어 내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한미 의회 의원실 보좌진들끼리 교류도 중장기적 의회교류 확대 방안으로 제시됐다. 강 교수는 “미국의 보좌진은 미 의원들보다 의회에서 오래 일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좌진들은 실질적으로 정보를 확보하며, 이들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법안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좌진들은 공개되지 않는 여러 정보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서는 다만 한국 의회 의원 보좌진의 전문성과 정무 감각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병득 인천대 교수는 “보좌진 교환 프로그램 등이 시행되면 인적 네트워크도 친밀하게 형성되고 일상적이고 비공식적 차원에서 실무 교류가 증진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의회교류 자체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도 지적됐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행정부는 신속 대응과 빠른 결정이 가능하며 외교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주체이기도 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가 법안 심사로 제동을 걸어도 행정명령 등으로 이를 우회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의회가 다양한 사안에 초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경제 안보 부문에서는 초당적 협력이 가능해 보인다”며 “그러나 북한 문제 등에 있어서 과연 국익 차원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 개별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