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5주기 추모식
'모항' 평택 해군 2함대서
유가족·전우 등 200명 모여
추모비 찾은 백발의 어머니
아들 얼굴 쓰다듬으며 오열
故정범구 母, 강원대 장학금
15년간 224명에게 큰 힘
'모항' 평택 해군 2함대서
유가족·전우 등 200명 모여
추모비 찾은 백발의 어머니
아들 얼굴 쓰다듬으며 오열
故정범구 母, 강원대 장학금
15년간 224명에게 큰 힘

"보고 싶다.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머리가 하얗게 센 어머니는 빛나는 청춘의 모습 그대로 추모비에 새겨진 아들의 얼굴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어머니는 추모비 속 아들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말을 건넸지만, 시간 속에 남겨진 아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들 얼굴을 어루만지며 울먹이는 어머니를 달래는 사람들도,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2010년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비작전 중이던 해군 용사 46명이 북한군의 어뢰 공격으로 산화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구조 작전에 참여했던 고(故) 한주호 준위도 하늘의 별이 됐다.
26일 천안함의 모항(母港)이자 46용사의 '집'이었던 경기 평택의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는 올해도 이들을 그리는 가족과 전우들이 모였다. 이날 해군은 허성재 2함대사령관 주관으로 서해 수호를 위해 산화한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제15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는 천안함 46용사 유가족과 당시 참전 장병, 국회의원 및 천안함재단 관계자와 해군 2함대 지휘관·참모, 국가보훈부 및 보훈협회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에서는 이근배 시인이 2020년 천안함 46용사 순국 10주기에 헌정한 추모시 '바다는 별을 낳고, 별은 바다를 지킨다'가 낭독됐다. 또 '어머니, 봄 밤의 달빛이 시리도록 아름다워요'로 시작하는 추모곡 '바다의 별이 되어'도 울려 퍼졌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추모식에 조전을 보내 "대한민국 해군과 해병대는 천안함 46용사를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용사들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을 추모했다. 또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에게 위로와 존경을 전했다.
추모식을 주관한 허 사령관도 추모사를 통해 "새로 부활한 신형 천안함(FFG-Ⅱ)을 비롯한 2함대 함정들은 전우들의 거룩한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적 도발 시에는 강력하게 응징해 전우들의 한을 풀어주겠다"고 다짐했다.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은 추모식 이후 천안함 전시 시설과 신형 호위함으로 돌아온 새 천안함을 둘러보고 서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46용사들의 정신을 되새겼다.
추모식에 참석한 신형 천안함 작전관 김재환 소령(진)은 "천안함 46용사와 언제나 함께 출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서해와 북방한계선(NLL)을 반드시 사수하고, 적 도발 시 철저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심 여사는 기부 당시 "보상금을 범구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뜻깊게 사용한다면 아들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병장 마음이 담긴 '정범구 호국 장학금'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지난 15년간 후배 224명에게 큰 힘이 됐다.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내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살펴본 정 병장 묘비에는 아들을 그리는 심 여사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심 여사는 묘비에 '그곳에서 못다 한 공부, 마무리 못 한 피아노, 하고 싶었던 택견, 꿈이었던 만화가, 못했던 데이트 꼭 이루렴'이라고 적어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김성훈 기자 / 대전 박자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