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능성 외면못한 지도부
헌재 노골적 압박엔 부담 느껴
권성동 "尹, 국민·나라만 생각"
윤상현, 의원직 총사퇴 제안
헌재 노골적 압박엔 부담 느껴
권성동 "尹, 국민·나라만 생각"
윤상현, 의원직 총사퇴 제안

11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격론을 벌인 끝에 장외 투쟁이나 단식 등을 통해 헌재를 압박하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날 윤상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의원직 총사퇴'까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을 만난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이) '난 괜찮다. 오로지 국민과 나라만 생각하겠다'면서 아주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의총이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령이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장외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지도부는 지금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고 의원들이 양해해줬다"고 밝혔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장외 투쟁이나 현장을 방문해 시위하는 것은 의원들 각자 소신과 판단에 따라 한 부분이다. 지도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고 지침을 줄 생각도 없다"며 "각자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이날 오후부터 헌재 정문 앞에서 24시간씩 연속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윤 의원을 시작으로 박대출·장동혁·김선교·강승규 의원 등이 순차적으로 1명당 24시간씩 릴레이 시위에 들어간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 메신저 대화방에는 5인1조로 24시간 헌재 앞을 지키자는 모집 글이 올라왔다. 오후 10시 기준 40명가량 참여자가 모였는데 김기현·추경호·윤재옥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윤 의원 등이 나서서 장외 투쟁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발언할 때는 중진 의원들도 눈을 질끈 감더라"며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윤 의원이 의원직 총사퇴를 거론한 데 대해 한 지역구 의원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했다"면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극단적인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여권 결집을 잡으려고 하는 지도부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석방으로 여당은 정책 분야에서도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상속세 개편과 연금 개혁 등 정책 현안에서 당의 자율성이 줄어든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관저로 복귀한 마당에 여당이 주도적으로 야당과 협상에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헌재 선고까지 직접적인 메시지 발신을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헌재를 자극하거나 야당의 공세에 빌미를 주면 안 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장외 여론전에 나선다면 야권이 결집할 명분을 주고 오히려 중도층 민심이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면 당에는 재앙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 지지 모임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이날부터 서울교회총연합회 소속 시민 123명의 삭발식을 시작했다. 123명은 12·3 비상계엄을 뜻한다고 국민변호인단 측은 설명했다.
[최희석 기자 / 박자경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