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때처럼 배제될수도
러 끌어들여 발언권 높여야
러 끌어들여 발언권 높여야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 편을 노골적으로 들면서 향후 미·북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도 협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원칙'을 계속 주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이 대러시아 관계를 선제적으로 개선하며 전후 질서 재편 과정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간 급격한 해빙 무드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미국이 향후 북한과의 대화 재개 과정에서 한국이 아닌 러시아를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미·러 간 종전협상 과정에서 비공식적 교전 당사국인 북한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미·북 사이의 물밑 소통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한국이 제외된 채 체결된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유럽을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서 배제하는 걸 보면 한국 '패싱'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한국전쟁 종전협상 때처럼 한국이 미국과 다른 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논의 주체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북 대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한미, 한·미·일 동맹의 가치와 효용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복원하려는 배경에 깔려 있는 핵심 이익인 '중국 견제'를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과 유럽에서 발을 빼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려는 모양새"라며 미국의 현재 움직임을 진단했다. 박 교수는 "주요 동맹으로서 '북한의 비핵화' '확장 억제 제도화' 등의 원칙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도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해 스스로 전략적 외교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전후 재건을 위해서라도 한국과 경제 협력 복원이 필요한 형편이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에도 북한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도록 하고, 유엔 대북제재의 틀을 허물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에 미사일 관련 고급 군사 기술을 이전하는 문제는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북·러 간 군사 밀착이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러시아의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엄 교수는 "한·러 관계 회복은 그 자체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정부가 미국에 '한·러 관계 회복이 이익이 된다'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