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옥중에서 계엄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재에 대한 경고성 조치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3일 국민의힘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윤 대통령과 접견했다.

당내 투톱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가 함께 면회를 갔지만 국민의힘은 공식 방문이 아닌 개인 차원의 접견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30분으로 예정됐던 접견은 예정보다 조금 더 길게 이어졌다.

접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나 의원은 "(대통령이) 여러 국제 정세, 세계 경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사실상 의회가 민주당의 1당 독재가 되면서 어떤 국정도 수행할 수 없는 부분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런 조치를 했다"는 윤 대통령의 말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민주당이 의회독재를 한다고 거듭 비판하며 독일 나치와 비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과거 나치도 선거에 의해 정권을 잡았는데 민주당의 독재가 그런 형태가 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나 의원은 "의회독재에 대해 말하다가 나온 얘기"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번 계엄을 통해 국민이 그동안 민주당 일당이 마음대로 한, 국정을 사실상 마비시킨 여러 행태에 대해 국민께서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이어 "국회 상황, 특히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의 편향적 부분, 헌법재판관들의 편향적 행태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나 의원과 달리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면회에 대한 일각의 비판적 시선을 의식한 듯 대화 내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만 권 비대위원장은 "당이 하나가 돼서 2030 청년을 비롯해 국민께 희망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또 "세대뿐 아니라 우파 내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많은데 잘 뭉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도 하셨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권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학 선배로 이후 검사 생활을 통해 깊은 인간관계를 갖고 있다. 같이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함께 신청했다"며 "정치적 현안이나 수사, 재판 관련 논의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고 개인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 이전에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격려하고 위로하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번거롭게 면회 다니지 말고 국민의힘 당사를 서울구치소로 이사하는 것이 어떠냐"고 비꼬았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에 '개인 차원'이라 변명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비칠 것이고 무책임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희석 기자 / 박자경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