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 나선 李
"기업이 앞장서 성장의 길로"
덩샤오핑 '흑묘백묘론' 소환
"이념이 밥 먹여주지는 않아"
지지율 30% 박스권 갇히자
이례적인 親기업 행보 보여
중도·보수층 겨냥한 메시지
'분배론' 민주당 주장과 배치
"집토끼 외면" 비판 목소리도
"기업이 앞장서 성장의 길로"
덩샤오핑 '흑묘백묘론' 소환
"이념이 밥 먹여주지는 않아"
지지율 30% 박스권 갇히자
이례적인 親기업 행보 보여
중도·보수층 겨냥한 메시지
'분배론' 민주당 주장과 배치
"집토끼 외면" 비판 목소리도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회견을 하며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앞장 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 대선과 총선 등에서 이 대표가 핵심 의제로 삼아왔던 '기본소득'은 연설문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여전히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정책은 '어떤 것을 더 우선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라며 "국민의 삶이 너무 어렵고 경제적 토대가 훼손되고 있다.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이 시급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기본소득제를 폐기 처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던 지난해 7월만 해도 "기본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치 철학이 너무 빨리 바뀐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면서 과거 중국 주석이었던 덩샤오핑이 언급한 '흑묘백묘론'을 다시 꺼내들기도 했다. 그는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며 "이념과 진영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종전의 우클릭 행보를 넘어 '친기업 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30%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일부 조사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탈이념과 실용을 강조하며 비상계엄 이후 표류하고 있는 중도·보수층 표심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본격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대표가 전날 한미동맹 중요성을 강조하고 친중·반일 성향의 발언을 자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이 대표가 제시한 성장론은 기업을 먼저 키우고 여기서 파생되는 성과를 낙수 효과를 통해 나눈다는 보수 진영 논리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의 생각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이른바 '집토끼'의 반응이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날 이 대표는 당 지지율 정체 상황과 관련해 "우리가 항의하는, 저항하는 야당, 소위 약자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강자가 제거된 일종의 갑(甲)의 위치에 있다고 보고, 국민께서 민주당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낮은 자세로 책임 있게 우리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고, 정책 방향도 심각하게 재정립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비등하고 있는 조기 개헌론에 대해 그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여전히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최근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에는 "정당은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일극 체제라고 할지, 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할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적극 반박했다.
외교·통상 기조와 관련해서는 "신흥시장 개척, 적극적 세일즈 외교로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맞이해 한미동맹을 튼튼히 해야 한다며 "변함없는 무역과 투자 파트너로 자리잡도록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주요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잇달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는 "지금의 국정 운영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일단 권한 행사의 기준이 오락가락 멋대로"라며 "실질적으로는 거국 중립 내각이어야 하는데 철저하게 내란 소요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정치는 국민을 통합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인데 지금은 오히려 국민을 분열·대립시키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며 "과연 대한민국 보수 정당으로서 적절한 처신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정치 투쟁으로 민주당이 일관하다가 이제 와서 경제적 실용주의를 들고 나오는 게 조금 당황스럽다"며 "재판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입장이 급선회한 걸로 보이는데 너무 빨리 선회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민 기자 /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