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정책 '오락가락'
장기적 국익 지키기 어려워
장기적 국익 지키기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국가 운명을 좌우할 외교도 위기에 처했다. 기존의 대미 외교 방식은 물론 압박으로 일관했던 대북 정책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경로 재탐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2일 매일경제가 주관한 지상좌담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5년 단임제' 정권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외교 정책에서) 전임 정부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취하고 생각이 달라서 바꾸고자 할 때도 장단점을 신중히 따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마다 외교안보 전략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식이어서는 장기적으로 국익을 제대로 지켜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현 전 외교부 1차관도 좌담에서 국내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 진영의 외교정책에 낙인을 찍어온 행태에 쓴소리를 했다. 조 전 차관은 "그간 한국에서는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 지난 정부의 외교 기조를 도식화된 프레임에 집어넣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친중·반미'로 규정한 것은 실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만일 차기 대선에서 집권 세력이 바뀌더라도 '한중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장기화하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한국이 정권마다 어느 한쪽과 척을 지는 방식의 외교적 행태를 반복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탄핵 국면 이후 들어설 차기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협력 구도나 한일관계 복원 성과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북아시아 정책 기조는 미일 동맹을 주축으로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한일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미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상좌담 참석자들은 다음 임기가 없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외교적 업적을 내려고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화의 시점이나 속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국제정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북미 간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도 기존의 남북 간 경색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당국 간 대화채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북한과 사실상 핵 군축 협상을 벌이는 등 '나쁜 거래'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사전에 많은 조언을 주지 않으면 북한과 타협할 소지도 있다"면서 "중간선거 등 미국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 김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