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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 가운데 사상자 수가 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성권 의원은 “국정원은 북한군 피해 규모가 사망 300여 명, 부상 2700여 명으로 사상자 수가 3000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이 공개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파병 규모가 약 1만 20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미 30% 가까운 병력이 전선에서 이탈했다는 이야기다. 통상 병력의 30%를 잃은 부대는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평가된다.

국정원은 보고에서 쿠르스크 전선에서 희생된 북한군 장병이 갖고 있던 수첩 속에서 북한 당국이 생포되기 전 자결을 강요했던 내용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또 장병들이 노동당 입당이나 군 생활 동안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면을 희망하는 내용도 수첩에 적었다고 보고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될 위기에 처한 북한군 장병 1명이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수류탄으로 자폭을 시도하다가 사살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국정원은 전날 국정원이 생포 사실을 공식 확인한 북한군 포로 2명이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밝혔다. 정찰총국은 북한군 총참모부 산하 조직으로 주로 대외·대남 정보 수집과 공작을 담당한다. 이들은 포로 신문에서 북한 당국이 구체적인 파병 수당을 약속하지 않고 ‘영웅으로 대우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생포된)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해당 병사가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히면 북한 주민을 한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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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보고에서 엄격한 정보 통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파병 관련 소식이 북한 내에서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파병 장병의 가족들은 해당 장병들이 ‘노예병’ ‘대포밥’이 될지도 모른다는 자조와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은 러시아로부터의 지원을 통한 민생 개선을 기대하는 등 내부적으로 엇갈린 반응이 관찰되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은 보고를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무기 제공과 파병을 통한 반대급부 확보에 주력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상반기 러시아 방문 여부를 저울질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박선원 의원은 국정원이 보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충성파인 (리처드) 그레넬을 (대북 관련) 책임 특사로 임명했고, 협상론자인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대화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단기간에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핵 동결·군축과 같은 ‘스몰딜’을 추구할 수도 있다며 지적했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이날 야당 측 정보위원들은 회의에서 국정원이 법령에 명시된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등에 대한 정보 수집·배포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조태용 국정원장은 ‘역량과 인력이 없고, 국내 정보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못 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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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신들이 생포한 북한군과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 간 교환을 제안했다. 생포한 북한군들의 신문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한글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시민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며 “처음 생포한 (북한) 병사들 외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병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세계 누구도 러시아 군대가 북한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더 많은 것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은 3년 전 나토의 최후통첩과 역사를 다시 쓰려는 시도로 시작했다”며 “이제 그는 북한의 군사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을 영어와 우크라이나어와 함께 한글로 작성해 게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을 상대로 신문하는 장면의 동영상도 공개했다. 신문은 한국어를 하는 남성의 통역을 통해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협력하는 한국인 통역의 지원으로 신문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상에서 손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운 채 조사받은 북한군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알고 있었어?’라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휘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느냐’는 물음에 이 북한군은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기 전의 상황에 대해 “1월 3일 (전선에) 나와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5일 부상당하고 (잡혔다)”라고 전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묻자, 이 북한군은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후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턱에 붕대를 감은 다른 북한군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의 위치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