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 시대정신은 ‘화합’이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국민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훼손된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여야 대립을 끝내고 상생과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매일경제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1/12/news-p.v1.20250109.1e74db5c0d4c4010870907783ddbba1a_P1.jpg)
국민 에너지 정치에 집중된 지금이 개헌 적기
김 전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대한민국이 광복 이후 80년간 쌓아온 법치와 민주주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짓밟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로 인한 국정 표류 기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며 “여야정이 모이는 테이블에서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국정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재조명된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보완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도와 인물의 잘못된 결합이 계엄사태를 초래했다”며 “대통령에 무한책임을 주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볼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개헌이 현실화하려면 여야간 대화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소통이 막혀 있고, 탄핵 관련 사법·정치일정이 미지수라 논의가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간 갈등이 지속되는 원인 중 하나로 양당제를 꼽았다. 그는 “1, 2당 외에 나머지는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어 여러 견해가 아예 거론조차 되지 못하고 안으로 곪고 있다”며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제도권 안으로 수렴될 수 있게 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개헌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직 국회의장 모임인 헌정회 결의안을 거론하며 “합의된 안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권력 구조 문제는 물론, 지난 40년에 걸친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국민 권리에 대한 부분도 개헌에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에너지가 정치에 집중돼 있는 지금이 개헌 적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헌정회는 “반복되는 대통령 탄핵 정국의 근본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단원제 국회의 충돌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헌법상 전무하기 때문”이라며 “분권형 권력구조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김 전 총리는 조기대선을 전제로 차기 정부는 다른 진영에서도 폭넓게 사람을 기용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는 “만약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면, 탄핵의 강을 같이 건넌 사람들에게 정파를 가리지 않고 손을 내밀어 국정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에 동참한 국민의힘 측 인사도 폭넓게 수용해 협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환위기 때 집권한 김대중 정부가 이런 면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는데 일례로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라이벌이었던 이회창 후보 측 인사도 당선 후 데려다 썼다”며 “지금 이런 정신을 다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를 해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싸우되 나머지는 폭넓게 포용하는 리더십을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 직을 마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지난해 4월 총선때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김 전 총리는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통합과 화합의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 버리자”며 “선대위에 합류하면 당의 화합과 통합을 해치고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일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자리잡은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에 대해 김 전 대표는 “국민들 눈에 그렇게 비치는 면이 있는게 사실일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집권하려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혼란스러운 현재 국면에서 앞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총리가 당내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도 거론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데 대한 견해를 묻자 “지금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최우선 의무는 안전, 민생회복, 정국안정”이라며 “이에 대해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 그럴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저성장으로 진입한 국면에 대외환경까지 우호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운데 내수경제, 특히 자영업자 삶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25조에서 30조원 규모의 긴급 추경편성을 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방경제를 지원하고 신산업, 청년 일자리를 육성하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통상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칠 전망인 가운데, 김 전 총리는 트럼프 1기를 경험해 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범국가적 외교통상 대책 TF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리는 “트럼프 정부 출범이 코앞인데 시급한 외교통상 분야 대응을 지금 대행정부에게만 맡겨서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트럼프 정부가 막강한 행정명령권을 내세워 출범 초기부터 변화를 줄 수 있어서 하루빨리 TF를 발족해 초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