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내수 침체에 수출·고용까지 치명상 입어
外人 불안 커져 …"경제만큼은 여야 합심해야"
성장, 고용, 소비, 분배 등 한국 경제 모든 부문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마지막 보루였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계엄·탄핵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고통은 국민 몫이다. 정치와 별개로 정부가 경제만큼은 비상회의체를 가동해 매일 점검·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계엄 사태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은 4거래일 동안 시가총액이 총 144조원 넘게 증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 수행 문제를 놓고 경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정부 경제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매일 경제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역부족이다.
여야는 경제 문제만큼은 정부와 소통하며 합심해야 한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9일 "현실적으로 지금 경제팀이 할 수 있는 건 위기 관리와 현상 유지뿐"이라면서 "더불어민주당도 탄핵 이후 집권을 생각한다면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간 합의된 민생 법안부터 신속하게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 반도체법도 시급하다. 예산안 역시 필요시 추경을 실시하더라도 일단 처리하는 것이 시장 불안을 덜 수 있는 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2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11월 수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1.4%로 작년 9월(-4.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KDI 관계자는 "미국의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통상 리스크를 거론하며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지표도 얼어붙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노동시장동향에 따르면 워크넷 신규 구인 인원은 16만5000명으로, 11월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적었다.
양극화도 깊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소득 하위 20%(1분위)에서 작년에 310만원 줄었지만 상위 20%(5분위)는 6427만원 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제시했지만 계엄 사태로 동력을 상실했다.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