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長 독대-6]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411/30/news-p.v1.20241122.4271e3c83c8649f0ab3302f93de66144_P1.jpg)
“TSMC가 있는 지금, 대만을 중국이 침공한다면 미국이 모든 전략자산을 동원해서 막을 겁니다. 과학기술이 안보를 책임지는 거죠. 이것이 바로 ‘과학기술 외교’의 정수입니다.”
국민의힘 AI 세계 3대 강국 도약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안철수 의원(4선·경기 성남분당갑)은 지난 26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TSMC는 ‘압도적 세계 1위’라 불리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인 만큼, 미국이 이를 중국에 빼앗기게 둘리 없다는 뜻이다.
의사이자 연구자, 기업인 출신인 안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과학기술 전문가’다. 그러면서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외교·안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그는 “예전에는 외교·안보, 과학기술이 따로 있었다면 이제는 이게 합쳐진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과학기술 외교에 대해 자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2년 전 미국에 국정감사를 하러 갔을 때 미 국무부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1000명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 세계 공관에서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를 분석한 다음에 외교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외교부에 그런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전 세계 외교부 인원 10%를 감축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주52시간 근로제도 예외 적용 필요
안 의원은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 하면서 시작한 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하면서 보조금을 직접 주기 시작한 거잖나. ‘특정 산업 직접 키우기’를 시작한 것”이라며 “정말 다시 산업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옛날처럼 자유 방임하며 메모리 반도체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아직 ‘초격차 1등’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찾아서 보조금이면 보조금, 세제 혜택이면 세제 혜택 등 맞춤 지원을 할 수 있는 산업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후보군으로는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디스플레이, 원전, 수소 산업, 바이오테크놀로지와 K 콘텐츠를 꼽았다.
안 의원은 최근 삼성 위기론을 주의 깊게 보면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52시간 예외)’ 역시 미국 방식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연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은 근무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된다”며 “그게 아니라면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평균 ‘52시간 근무제’를 하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일본처럼 트럼프 2기 준비 시작해야
외교통일위원회에 소속된 안 의원은 ‘트럼프 2기 체제’에 대해서도 식견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각료들을 선임하는 속도를 보면,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이렇게 빨리 임명을 못 한다”며 “준비가 완벽히 돼 있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과연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라고 자문했다.
안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외교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제 첫 질의가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였다”며 “그런데 사실 예상대로 그렇게 준비를 많이 못했다. 해리스 당선에 너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트럼프 쪽에는 우리가 준비를 많이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작년부터 이미 트럼프와 교분이 있는 사람들을 워싱턴에 보내 작업을 시작했다”며 “일본은 벌써 작년부터 해왔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과 펜실베이니아대 MBA 과정인 와튼스쿨(Wharton School of Finance) 동문이다.
안 의원은 “펜실베이니아 대학 출신 중에서 최근 들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라며 “나도 어떻게든 (교분을 쌓을) 기회를 만들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번 트럼프 1기 때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났다”며 “제가 와튼스쿨 출신이라고 했더니 막 좋아하면서 ‘와튼스쿨 졸업생들은 다 천재들이야’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며 밝게 웃었다.
![안철수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진열된 상패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충우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411/30/news-p.v1.20241122.25f617ac60604d2088b08ca39e85c447_P1.jpg)
안 의원의 의원실 한쪽에는 ‘마라톤 메달’들이 내걸려 있다. 풀코스를 완주한 경력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독일에 머물며 마라톤에 심취한 안 의원은 “외국에서는 대통령 등 대부분의 정치인이 마라톤을 한다”며 “짧은 시간에 정신력과 체력을 유권자에게 증명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마라톤에서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출발선에 서면 어쩔 땐 하늘이 안 좋다. 특히 유럽은 주먹만 한 우박이 때리기도 한다. 진짜 아프게”라며 “미래를 예측 못하잖나. 내가 이걸 완주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두려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선다. 그게 인생하고 참 닮았다 싶다”고 담담히 설명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고유명사 ‘안철수’. 무수히 많은 직함과 경력을 거머쥔 그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