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위해 재정투입 확대
내년초 추경 편성엔 선긋기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성경책을 읽고 있다. [이승환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411/22/news-p.v1.20241122.4336dd7f13a84312a60a9fc8f1490223_P1.jpg)
대통령실이 내년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까지 열어 놓으며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긴축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재정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양극화 타개를 위해 재정의 역할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건전재정의 큰 기조는 유지하되 임기 후반기에는 예산 증가율을 올해 3.2%보다는 높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예산 평균 증가율(8.7%)과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과는 다른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 초 추경 편성 가능성은 없으며 내년 경기 상황에 따라 2~3분기 이후에는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지금 이 시점에서 추경을 논의하는 건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법대로라면 며칠 내 (내년도 예산안이)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정부에서도 지금 추경을 논의하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을 아까 최상목 부총리가 냈던 것으로 안다. 그거면 충분히 다 이해할만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411/22/rcv.YNA.20241122.PYH2024112208710001300_P1.jpg)
윤석열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59조원대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건전재정 기조 하에서 추경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하반기 추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윤석열정부가 그동안 지켜왔던 건전재정 기조를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극화 타개와 중산층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면 좀 더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의 이런 변화는 20% 초반에 머무는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전임 대통령들도 국정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임기 후반기에 양극화 해결이나 격차 해소 등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취임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파동’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 ‘친서민 중도 실용’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히며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미 건전재정 기조는 어느 정도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 전반기에 건전재정을 통해 축적한 여력을 후반기에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이제 건전재정 기조가 자리잡았고, 물가상승률은 1%대까지 안정됐다”며 “후반기 국정을 출발하면서 ‘양극화 타개를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4대 개혁 역시 이런 기조 하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일부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면 국가는 발전할 수 없다”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구조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은 국민 모두, 누구 하나 낙오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국가 발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경기와 향후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유연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의 경제를 감안하면 재정을 너무 늦게 집행하는 것”이라며 “개방된 자본시장 아래에서 한국처럼 고금리, 대출규제, 건전재정이란 세 카드를 동시에 쓰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어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큰 틀에서의 건전재정 기조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와 같은 방만재정이 계속되면 나중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우리 세대에서 건전재정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당정도 ‘민생 회복’을 최우선 당면과제로 내세웠다.
이날 국회에서 민생경제점검 협의회에서 국민의힘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의 후속조치를 면밀히 진행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 대책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대상 확대, 배달료 지원 등 고정비 부담 완화, 전기료 지원 대상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내년 도입 예정인 배달·택배비 지원 사업(30만원)을 차질 없이 시행하기로 하고, 내수 진작을 위해 내년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5조5000억원 규모로 작년보다 5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재취업·재창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점검하고 보완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내년 초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 타개를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커지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됐다. 김상훈 의장은 “미국 신행정부의 무역 불균형 해소, 핵심제조업 육성, 에너지 정책 전환 추진 과정에서 우리에게 불확실성뿐 아니라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기업 불확실성은 최소화하고 기회요인은 적극 활용할수있는 대책을 마련해 철저히 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당정은 국내 증시 활성화에도 뜻을 모았다. 당은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밸류업 펀드’의 속도감 있는 집행과 수급 안정을 위한 시장 안정 조치 준비를 강조했다. 또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한 각종 법안도 빠르게 처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