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와 이어진 기자회견을 두고 한목소리로 거세게 비판했다. 이들은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고 이달 9일과 16일에 각각 예정된 장외집회를 매개로 대여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절반 이상 의석을 보유한 당 대표라는 상징성과 무게감을 고려해 자극적인 비난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양자회담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늘 회견을 계기로 한 대표가 여야 대표회담에 응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물음에 "한 대표에게 연락도 하고 공개적으로 요청도 했는데 처지가 난처하신 것 같다"며 "이럴 때일수록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제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처참했고 이를 지켜본 국민의 심정은 참담했다"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과 한 대표를 향해 "더 이상 숨을 곳도 없다. 이제는 민심을 따를지, 윤 대통령과 함께 몰락할지를 정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특검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국정 마비에 대한 확인 사살이었다"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평가절하했다. 5선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말의 행진이자 변명의 나열"이라고 냉소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옹호하는 데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을 저버리고 김건희 여사를 택했다"며 "오늘 기자회견조차 김 여사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시종일관 '김건희 지키기'에만 골몰한 대통령의 모습은, 오늘 기자회견이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똑똑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V0 '김건희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V1(윤 대통령)의 결사적 노력을 봤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원내대표와 황운하 조국혁신당·천하람 개혁신당·윤종오 진보당·용혜인 기본소득당·한창민 사회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6시에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공개로 만찬을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한 의견과 정국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공동 대응할 만한 주제에 관해 얘기하는 등 야권 공조를 위한 초석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규탄대회도 진행했다.

[전형민 기자 / 구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