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강타한 브로커·낙하산
정권 실세와 관계 부각하며
공천 관여하고 이득 챙겨와
무명 가까운 명태균·김대남
당정관계 파열음 더 키워
연관된 인사들 잇단 손절
정권 실세와 관계 부각하며
공천 관여하고 이득 챙겨와
무명 가까운 명태균·김대남
당정관계 파열음 더 키워
연관된 인사들 잇단 손절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선 전 의원과 관련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서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는 전날 한 종편방송을 통해 지난 2월 김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전 의원의 22대 총선 출마를 도왔던 명씨가 여러 차례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김 여사가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공개된 내용에서 김 여사는 "단수(공천)는 나 역시 좋지"라고 한 뒤 "기본 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만나서 설득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명씨는 보도 이후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사실이 없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을 김 전 의원을 통해 봤다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개입의 완결성이 없어 보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명씨를 통해 과거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으며 "윤 대통령이 그를 '명 박사'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과정에서 메신저를 자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되기도 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명씨는 과거 경남 지역에서 텔레마케팅 사업을 하다가 2010년대 말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면서 지역 정치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공무원에게 승진을 도와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그는 2022년 대선을 기점으로 중앙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김 전 의원의 5선 당선을 도운 이후 한동안 국회의원 세비의 절반을 매달 건네받았다는 녹취에 따라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정치권에선 그가 공천을 매개로 이권을 챙기는 전형적인 정치 브로커의 행태를 보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권력 주변에서 얻을 게 있으니 정치 브로커가 판치는 것"이라며 "브로커의 특징이 '자기가 다 했다'인데, 비공식적 조직까지 움직여 그 공을 인정받으면 나중에 자리를 받거나 차후에라도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브로커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사례가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청탁 대가로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2월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이 전 부총장은 '낙하산 논란'도 있었는데 문재인 정권 실세의 도움을 받아 21대 총선 직후 CJ대한통운 계열사인 한국복합물류의 상근고문이 됐다.
비슷한 유형이 최근 또 다른 논란 중심에 선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다. 그는 올해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려다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전략공천되면서 뜻을 접은 인물이다. 건설업계 출신인 그는 서울 강남구청장에도 출마하려다 실패하는 등 지속적으로 정치권 진입을 노렸다.
최근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은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후보를 공격해달라"거나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경원 당 대표 후보 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했다. 전당대회 직후인 8월 초엔 공기업인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이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좌파 유튜브, 아주 극단에 서 있는 상대편에 허위 공격을 사주하는 건 선을 많이 넘은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 부부는 김대남과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며 "김대남과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 연말 송년회, 직원 퇴임 행사 등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장 야당은 개인적 친분 여부가 아니라 대통령실 출신 직원의 행동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전당대회에 나갔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유튜브에 출연해 "김 전 행정관은 나경원 캠프의 참모로, 그의 녹취를 당정 갈등으로 봐선 안 된다"며 "번지수를 잘못 찾고 당정 갈등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에 빠지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후 "좌파세력 탄핵 시나리오의 김 여사 악마화의 일환"이라며 "김 전 행정관의 정보 취득 경위나 기사 의뢰 과정, 그 이후 일련의 행위를 보면 개인적 돌출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명환 기자 / 구정근 기자 / 박자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