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2년 남기고 조기 착수
![이태우(왼쪽 사진) 신임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기자실을 찾아 임명 관련 인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국측 협상대표인 린다 스펙트 국무부 안보협상·협정 선임보좌관 [연합뉴스·미 국무부 웹사이트]](https://pimg.mk.co.kr/news/cms/202403/05/news-p.v1.20240305.ae98cffd7e5f4faabc2c3a000b7d59a5_P1.jpg)
한미 양국이 2026년부터 적용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이끌 대표를 임명하며 차기 SMA 협상에 조기 착수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5일 외교부는 12차 SMA 협상대표에 이태우 전 시드니총영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태우 협상대표는 북핵외교기획단장, 북미국 심의관,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등을 역임한 직업 외교관이다. 외교부는 “한미동맹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업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 측 협상대표에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안보협상·협정 선임보좌관을 임명했다. 튀르키예 아다나 주재 미국 영사관과 미 전략사령관 외교정책 보좌관 등을 거친 수석 협상가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991년 시작된 SMA는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 환경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공동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며 “양국 신임 대표단은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생산적인 협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외교부, 국방부, 기획재정부, 방위사업청 등 소속 관계자로 협상대표단을 꾸리고, 미국은 국무부와 국방부 인사들로 협상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SMA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규정하는 협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군사건설 △인건비 △군수지원 항목 등이 포함되며 한미연합연습이나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협정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해온 미국이 재정악화와 한국의 경제력 신장을 주장하면서 1991년부터 도입됐다. 현행 11차 SMA는 지난 2021년 타결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간 적용된다.
![세계 최대규모 해외주둔 미군기지인 경기도 평택시의 캠프 험프리스 전경. [매경DB]](https://pimg.mk.co.kr/news/cms/202403/05/news-p.v1.20240305.c35133c7b473464d9922ed9564575ae2_P1.jpg)
현행 SMA 기한을 2년 가까이 남기고 12차 SMA 협상이 시작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차기 SMA 협상은 기존 협정 만료 시점을 약 1년 앞두고 시작됐기 때문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과거의 사례를 보면 방위비 협상이 상당히 장기간이 소요된 적이 있었다”며 “미리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 방위비 협상 대표를 임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두고 12차 SMA 일정이 앞당겨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진행된 11차 SMA 협상은 2019년 9월 공식 개시됐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측에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교착상태가 이어졌고 1년 6개월 만에 타결됐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달 28일 “현행 방위비 협정이 내년 말 종료되는 가운데 보통 협상기간이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올해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 대선과는 상관없는 일정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12차 SMA 협상 시기가 미국 대선 기간과 맞물리는 것이 한·미 양국의 조기 협상 움직임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 분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일정이나 결과에 따라 SMA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에 한·미 양국이 조기에 시작하는데 합의한 것 같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여부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행정부에도 작용하는 요인이 있기에 조기 협상에 동력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국제 안보의 불안정성이 이어지는 상황도 조기 협상 진행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이뤄지는 협상인 만큼 양국이 신중을 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