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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표줄 곳 찾지 못한 2030

전형민 기자
입력 : 
2025-05-20 17:42:42
수정 : 
2025-05-20 21: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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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전북, 창원 등지의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 투표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며, 그 이유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과 최근 이슈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기성 정치에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유권자가 전체의 28.6%를 차지하는 가운데, 이들의 반응은 변화 없는 정치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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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투표할 생각이 없는데요."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카페 직원, 20대 남성 김 모씨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의 웃음은 '나는 이 일과 상관없다'는 듯한 냉소였다. 대구가 비상계엄과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자존심에 상처 입은 '보수의 심장'이어서만은 아니다. 전북대 앞 유세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대학생 박 모씨도, 창원 상남시장 인근에서 만난 30대 여성 이 모씨도 마찬가지였다.

박씨는 "찍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누가 더 비호감인가를 가리는 대결에 낄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9대와 20대 대선에서 각각 문재인,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는 이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못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찍었던 것이지, 애초 그가 잘나서 찍었던 게 아니다"며 "이번엔 '윤 전 대통령이 못했으니까 누구를 찍어 달라'는 논리로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각 정당이 추구해온 이념, 후보들의 고향, 최근 이슈였던 국민연금과 남녀 문제 등에 대해 자기 생각을 담담히 풀어냈다. 이념에서 지역, 세대, 젠더 갈등으로 이어져온 우리 정치의 주요 의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목포 평화광장에서 만난 30대 배달기사 정 모씨는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건 위 세대 생각"이라며 "덮어놓고 지지해줄 것이라는 건 요즘 시대엔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유권자는 약 1266만명, 전체 유권자의 28.6%에 달한다. 이들 중 무당층 비율은 한때 역대 최고치(54%)까지 치솟았다. 이들의 냉소와 침묵을 방관이 아니라 변화 없는 정치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고로 느껴야 하는 이유다.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어느 진영에도 마음을 두지 않은 채 스스로를 '이방인'처럼 느끼는 이들의 침묵에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 이대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청년용 구호'에 기대 표심만을 노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형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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