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먼저 변화를 실감하는 곳은 기업 현장이다.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AI는 인력 구조의 전면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회계, 번역, 고객 응대처럼 반복적인 업무는 물론, 이제는 콘텐츠 제작과 전략 수립, 프로그래밍 같은 고도화된 영역까지 AI의 손길이 뻗고 있다. 특히 IT 개발 분야에서는 코드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되며 기존 개발자 역할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코드를 일일이 작성하기보다 AI가 생성한 코드를 기획하고 검수하는 '감독자형 개발자'가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분명 인상적이다. 단기간에 비용을 줄이고,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선 혁신 그 자체다. 그러나 동시에 불안도 커진다. AI에 밀려 사라질 수 있는 직무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로의 전환은 그만큼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 코그니전트는 자사 보고서를 통해 향후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2032년까지 전체 업무의 약 52%가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다. 'AI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논의의 중심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재정의에 있어야 한다. 감정에 공감하고, 모호한 상황에서 윤리적으로 판단하며,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인간이 AI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고유한 역량이다. 이는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다움은 더 분명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 시스템의 변화 또한 AI를 단순한 기술적 과제로만 바라봐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상호 보완적인 역할 분담, 명확한 윤리적 기준,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마련될 때 우리는 비로소 AI와의 공존을 실현할 수 있다.
[고민서 디지털테크부 esms46@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