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1위 명품 플랫폼 발란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상품 결제까지 막히면서 기업회생절차 돌입이 기정 사실화된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제 2의 티메프 사태’가 벌어질 거라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한 때 기업가치가 3000억원이 넘었던 발란이 이 같은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실 다지기’에 소홀했던 것이 실책이었다.
최근 2년간 전세계 명품 시장은 줄곧 내리막이었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소비하는 주 수요층인 20·30대의 ‘명품 소비’가 현저히 줄어든 까닭이다. 코로나19 시기 돈 쓸 곳을 찾지 못해 명품을 사들이던 20·30대는 엔데믹 이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운동도 해야 하고 여행도 가야 하니 돈 쓸 데가 한 두군데가 아니다.
발란을 흥하게 했던 명품 소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5 고가(명품) 의류 구매 및 패러디 영상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가(명품) 의류는 하나쯤 있을 법하다’는 응답이 2022년 대비 5.9%포인트 낮아진 64.6%를 기록했다.
심지어 ‘사치에 불과하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6.4%포인트 늘어난 40%가 됐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거래액 급감으로 이어졌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분석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월간 신용카드·체크카드 결제 추정금액은 2022년 543억원에 달했으나 최근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도 명품 수요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런 상황에서 발란은 변화에 쉬이 적응하지 못했다. 거래액과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를 유지하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역마진에 가까운 판매 전략을 시도했고 이게 결정적 악수가 됐다.

평균 수익률이 10% 가량인 플랫폼이 10~20% 할인 쿠폰을 남발했다. 업계에서는 “저러다 문제 생길 것 같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발란은 그렇게 만들어낸 거래액과 MAU를 활용해 지난 2월 15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반면 발란과 달리 지난 2022년부터 자금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 집중한 다른 플랫폼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명품을 잔뜩 걸친다고 사람이 명품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겉만 신경쓰느라 속을 돌보지 못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말았다.

김효혜 컨슈머마켓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