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최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설마 했는데 이 정도로 앞서 나갈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만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과 유통업계에서도 중국의 기술력 약진과 시장 침투는 이미 현실화된 위기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이른바 C커머스 업체들은 이미 국내 소비자들의 '쇼핑 상수'가 됐다.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월간 이용자 수는 각각 912만명, 823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2·3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불과 2년 전 알리 이용자 수는 335만명에 불과했지만 3배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11번가·G마켓·GS샵 등 국산 플랫폼들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알테쉬의 공습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은 서로 수입품에 10% 관세를 매기며 경제전쟁을 시작했다. 800달러 이하 개인의 소액 수입에까지도 예외 없이 관세가 적용된다. 알리·테무를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이다. 미국에서의 사업에 제동이 걸린 이들이 당연히 한국 시장에 총력을 기울이리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플랫폼이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 업체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봐서도 안 된다. 다만 소비자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유통산업이 이웃 나라의 팽창에 의해 일방적으로 잠식되는 데에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더구나 유해물질 검출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는 오래된 문제다. 정부 당국은 뾰족한 해법도 못 내놓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월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열고 10개 분야의 중점 업무를 공개했다. 이 중에는 과학기술 혁신으로 유통 서비스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금의 중국 이커머스 공세 역시 국가 단위의 전략적 굴기고, 우리에게는 예견된 리스크였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리더십을 세우고, 국내 업계와 지혜를 짜내야 한다. C커머스와도 손잡을 건 잡되, 과도한 시장 잠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내 기업들이 쇄신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박홍주 컨슈머마켓부 hongju@mk.co.kr]